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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은 죄가 없다…2만원까지 치솟은 '국민 야식', 왜?

중앙일보

입력

2만원까지 치솟은 ‘국민 야식’ 치킨

한국인의 ‘치킨 사랑’은 각별하다. 매출액 기준 1~3위 프랜차이즈 업체의 연간 치킨 판매량만 더해도 6000만 마리에 달한다. 중·소형 업체까지 더하면 연간 1억 마리 가량의 치킨이 판매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치킨이 ‘국민 야식’으로 불리는 이유다.

관심이 큰 만큼 논란도 잦다. 가격 인상과 관련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닭고기 가격이 내리는데 치킨 가격은 계속 올라 ‘우회 인상’, ‘꼼수 인상’ 등 비판 여론이 거세다. 현재 치킨 가격은 배달료를 포함 2만원대에 접어들었다.

지난 7월 잠실 롯데호텔에서 '배달의 민족' 주최로 배민 치믈레이 자격시험이 열렸다. '치믈리에'란 치킨 감별사를 뜻하는 말로 한국인의 치킨 사랑을 엿볼 수 있는 '트렌드'가 됐다. [연합뉴스]

지난 7월 잠실 롯데호텔에서 '배달의 민족' 주최로 배민 치믈레이 자격시험이 열렸다. '치믈리에'란 치킨 감별사를 뜻하는 말로 한국인의 치킨 사랑을 엿볼 수 있는 '트렌드'가 됐다. [연합뉴스]

소비자들은 ‘비싸다’고 아우성인데 정작 점주들은 ‘남는 게 없다’며 하소연을 한다. 서울 중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박상영(47)씨는 “치킨 가격이 올라 좋겠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답답해 미칠 노릇”이라며 “창업 3년 이내에 절반 이상은 망하는게 치킨집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 본사에서는 하나같이 “상생을 모토로 가맹점주를 지원한다”고 말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을 염두에 둔 해명이었다. 실제 BBQ는 지난해 7월부터 이른바 ‘통행세 갑질’을 없애기 위해 가맹점 차원에서 필수 재료를 제외하고 모든 재료를 자율 구매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비싸다' vs '남는 게  없다'…그런데 왜? 

한국인의 대표 야식 치킨 [중앙포토]

한국인의 대표 야식 치킨 [중앙포토]

그렇다면 치킨 가격은 왜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일까. 업계에선 복잡해진 치킨 배달 과정을 그 이유로 꼽는다. 과거 치킨을 포장해 외부에서 먹는 방법은 2가지였다. 치킨집에 전화를 걸어 주문하거나 치킨집을 직접 찾아가 ‘방문 포장’을 해야 했다.

최근엔 양상이 바뀌었다. ‘배달 앱(App)’이 생기면서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등이 대표적인 배달앱이다. 배달앱이 생기면서 치킨 배달 과정이 복잡해졌고, 그로 인해 치킨을 배달받아 먹는 비용이 많이 증가했다.

소비자 편의 위한 '배달앱'…치킨값 상승 이끌다 

대표 배달앱 업체인 '배달의 민족'. [중앙포토]

대표 배달앱 업체인 '배달의 민족'. [중앙포토]

배달앱은 통상 ‘주문 대행’ 명목으로 치킨 가격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받는다. 1만5000원짜리 치킨을 기준으로 1500원 안팎의 금액이다. 현재 이 비용은 가맹점이 지불하는 구조다.

배달앱이 활성화하면서 아예 배달까지 대행해주는 시스템이 생겼다. 과거 치킨집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던 배달을 배달앱 업체 소속의 배달 기사가 대신해 주는 식이다. 이 비용이 3200~4000원에 달한다. 치킨집으로선 배달앱이 생긴 뒤 소비자에게 치킨을 배달해주기 위한 비용이 4700원(주문대행 수수료+배달료) 늘어난 셈이다.

서울 중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성덕(54)씨는 “치킨집 운영만 8년째인데 최근 2~3년 사이에 배달 환경이 급속도로 바뀌어 이제는 한 마리를 팔아도 남는 금액이 1500~2000원밖에 안 된다”며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치킨을 50마리씩 팔아도 월 300만원을 벌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2700원짜리 '생닭'이 2만원 치킨이 되기까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같은 배달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원가를 분석해보면 국민 야식 치킨의 가격이 2만원까지 치솟은 이유가 눈에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 공시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치킨의 원재료가 되는 생닭의 공급가는 2774원이다. 이 생닭은 닭고기 가공회사로 보내져 부위별로 절단하고 가공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치킨용 닭’은 프랜차이즈 본사를 거쳐 가맹점으로 보내지는데 이때의 공급 가격은 약 5000원 안팎이다.

가맹점은 부위별로 절단된 치킨용 닭을 튀기고 양념을 쳐 ‘치킨’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같은 조리 과정에 드는 비용은 약 1500원. 식용유와 파우더소스 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후 치킨 무·콜라·소스 등 기타 부재료(약 1000원)를 포함하면 7500원이 되고 포장을 거쳐 원가 8000원짜리 치킨이 완성된다.

과거에는 이렇게 완성된 8000원짜리 원가의 치킨을 일반 가정집 등으로 직접 배달하거나 방문 포장을 요구하는 고객들에게 전달하면 됐다. 치킨을 1만5000원에 판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약 5000~7000원이 남는 셈이다.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료만 6000원 

하지만 최근의 배달 환경을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많은 ‘배달음식 애호가’들이 배달앱을 통해 주문하는 탓에 배달앱 수수료(1500~2000원)와 배달료(3200~4000원)가 추가로 발생하는 환경이 됐다.

치킨집 사장님 입장에선 가맹점 운영비와 인건비, 마케팅 비용 등을 제외하고도 치킨을 배달하는데 드는 순수 비용이 1만4000원까지 치솟는다. 최저임금 인상 및 임대료 상승 등의 악재까지 겹쳐 최근엔 치킨 원가가 1만6000~1만7000원까지 올랐다는 게 프랜차이즈 업체와 가맹점주들의 설명이다.

중앙일보가 서울 중구·종로구·성북구·동대문구 일대의 프랜차이즈 치킨집 50군데에 전화를 걸어 직접 확인한 결과 평균 수익은 월 240만원에 불과했다. 월 순수익이 450만원 수준이라는 곳도 있었던 반면 서울 동대문구의 한 치킨집은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는데 지난달 200만원도 벌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공식화한 '배달료 2000원'…"손 쓸 방법이 없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교촌치킨은 배달 주문시 한 건당 2000원의 이용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교촌치킨은 배달 주문시 한 건당 2000원의 이용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특히 최근 들어 급속도로 치킨집 사정이 악화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 원인으로 배달앱과 배달료를 손꼽는 것 역시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같은 상황을 견디지 못한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에선 배달료 2000원을 추가 책정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용하(59)씨는 “지난 15년간 치킨을 팔아 자식들 대학까지 보냈는데 이제는 정말 가게를 더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정이 악화돼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져 치킨 가격을 1000원만 올려도 손님이 뚝 끊기는데 배달앱 수수료로 2000원, 배달료로 3500원이 나가니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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