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씨 재정신청 받아들여|고문경관 4명 재판회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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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민청련의장 김근태씨(42)의 재정신성사건이 22개월만에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져 고문경관 4명이 재판에 회부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조열내 부장판사)는 15일 김씨의 부인과 변호인단이 낸 재정신청사건 당사자 15명 중 김수현 경감(55)·김영두 경위(50)·최상남 경위(41)·백남은 경정(53)등 4명의 고문사실을 인정, 독직폭행(5년 이하 징역)혐의로 서울형사지법에 부심판(부심판)결정하고 나머지 11명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이에 따라 고문경관 4명은 서울형사지법의 담당재판부가 지정하는 공소유지지정변호사(특별검사)에 의해 법원에 기소되며 담당재판부는 신변확보를 위해 재판시작전 이들을 구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김수현 경감 등은 국회 국정감사기간 중 김씨 고문사건에 대해 고문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었기 때문에 내무위의 위증고발이 있을 경우 위증죄의 처벌도 불가피하게 됐다.
재판부는 결정문 범죄사실을 통해 『이들은 85년9월4일 김근태씨를 서울 갈월동 대공분실로 연행, 국가보안법위반혐의를 조사하면서 진술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고문대에 담요를 깔고 알몸으로 누인 뒤 얼굴에 수건을 덮고 주전자로 코에 물을 붓는 물고문을 한 것을 비롯, 같은 달 25일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물고문·전기고문·전기봉 고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당시의 정석모 내무장관·박배근 치안본부장·윤재호 대공수사단1과장 등과 검찰·경찰·구치소 관계자 등 나머지 11명에 대해서는 『이들이 고문사실에 가담했거나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들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처분 결정은 정당하다』고 기각이유를 밝혔다.
김씨의 재정신청사건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은 부천서 성고문사건에 이어 주요시국사건으로는 두 번째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온 고문수사에 경종이 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김씨는 징역 10년 구형에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이 확정돼 복역하다 지난 6월30일 특별가석방으로 풀려났으나 고문후유증으로 법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한편 김씨는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생각되지만 5공 세력이 정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담당재판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려 상당히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재정신청이 접수 22개월만인 이제야 받아들여진 것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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