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학생들 중국인 울렸다… 강도 맞서다 1명 흉기 찔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중국 지린(吉林)시에서 격투 끝에 노상강도를 잡은 중국동포 학생 류광춘(16)군이 병원에 누워 있다. 부상당한 친구 류군을 병원으로 옮긴 김건군(右).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노상강도를 끝까지 추적해 범죄집단을 잡는 데 공을 세운 중국동포 중학생 2명이 중국에 훈훈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길림일보(吉林日報)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5일 밤 지린(吉林)시 조선족 중학교 휴학생인 류광춘(16)군과 재학생 김건(16)군은 오후 11시쯤 시내 길가에서 왕모(여)씨가 강도 2명에게 가방을 빼앗기는 것을 목격했다. 왕씨와 동행하던 남자친구 최모씨는 즉시 강도들을 쫓아갔으나 골목에서 강도 일당 2명이 가세해 최씨의 다리 등을 흉기로 찔렀다. 이를 목격한 동포 중학생 2명은 강도 4명과 격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류군이 강도들에게 등과 허리를 흉기로 찔려 쓰러졌다.

부상을 당하지 않은 김군은 택시를 잡아 친구를 병원으로 옮겼다. 이들을 싣고 가면서 사건의 정황을 파악한 택시기사가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방송국에 알렸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현장 근처에 있던 100여 명의 택시기사가 모여 범인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주변 골목을 막았다. 이어 출동한 지린시 공안(경찰)이 그 일대를 뒤져 2명의 강도를 붙잡았다. 공안은 나머지 일당 2명도 인근 여관에서 체포했다.

병원에 실려간 류군은 피를 많이 흘리는 바람에 쇼크 상태에 빠져 응급수술을 받았다. 이들의 사연과 함께 수술 중 피가 모자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00여 명의 택시기사가 병원에 찾아와 헌혈했다. 4시간여의 수술 끝에 류군은 목숨을 건졌다. 이어 강도 피해자 왕씨가 달려와 치료비조로 1200위안(약 14만2000원)을 내놨으며, 헌혈하러 왔던 한 택시기사는 즉석에서 성금 1000위안(11만8000원)을 쾌척했다. 한 시각장애인이 병원에 찾아와 20위안(2300원)을 냈으며, 한 중학생은 용돈 100위안(1만1000원)과 '어서 건강을 회복하세요'란 메모를 남기는 등 작은 정성이 모였다. 지린시 공안 당국이 나서서 김군과 류군은 '의롭고 용감한 시민(見義勇爲)' 칭호를 받게 됐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