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상대를 약올려 품위를 손상시키는 투수라면 이런 식으로라도 교훈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임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메이저리그에서 뛰면 안 된다"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당시 상대투수였던 올리버 페레스(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있었다. 지난해 삼진을 당한 뒤 페레스가 마운드에서 비아냥거리며 춤추는 동작을 했고, 앞선 타석에서도 투수 땅볼을 때리자 그런 동작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도 기분이 나쁘지만 경기의 품위를 깎아내리는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푸홀스는 그 뒤 동료에게 "다음에 만나면 페레즈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푸홀스는 지금 메이저리그의 최고 타자다. 2001년 데뷔한 그가 빠른 기간에 메이저리그 정상에 오르고(지난해 내셔널리그 MVP) 앞으로 메이저리그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선수로 기대를 모으는 것은 천부적 재능과 노력은 물론이지만 이 같은 진지함, 경기에 대해 교만하지 않은 겸손함이 밑거름이 됐다. 올 시즌 완벽하게 재기한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게임을 존중하는 것'이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말 한 적이 있다. 그는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부상과 부진에 괴로워하면서 "내가 승부에 집착하고, 이기려고 몰두할수록 결과는 반대로 나온다. 평정심을 갖고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상대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게 야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고 말했다. 그런 자세는 그가 부상에서 회복하고, 샌디에이고로 팀을 옮기면서 활짝 피었다. 첫 번째 결과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의 10이닝 무실점이요, 더 발전한 결과가 최근 등판에서의 호조다.
푸홀스와 박찬호가 게임에 대해 갖고 있는 공통된 가치관은 'respect(존중)'다. 승부의 세계이기에 내가 위축되는 겸손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겸손은 좋지만 그런 태도는 패배주의가 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겸손이 지나치면 교만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교만은 더 큰 적이다. 남을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 남을 이길 수 있겠는가.
그래서 겸손과 교만 사이, 존중을 성공의 키워드로 택하고 싶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에서 꼴찌로 처져 버린 롯데도 서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팀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때라고 본다. 그럴 때일수록 서로 존중하고 상대를 존중해야 앞으로 갈 수 있다.
이태일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