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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의 '특명'···한국 영화관 찾은 미얀마 장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일 오후 용산 아이파크몰 CGV의 스크린 X 상영관. 전면과 양쪽 벽면까지 3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다면상영특별관인 이 곳에서 특별한 시연이 펼쳐졌다. 화면에 떠오른 돌멩이가 빠르게 움직이더니 객석 코앞까지 다가오자 이를 지켜보던 한 ‘외국인’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 경험은 처음 하는 듯 주변에 있던 CGV 관계자에게 “오래 보면 어지러울 것 같은데, 사람들이 어지럽다고 하지 않느냐”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페민 미얀마 공보부 장관, 6박7일 방한 #정부 관료보다 영화 산업 종사자들과 일정 #수치 고문 "한류 콘텐츠 비결 느끼고 와라"

이 외국인은 바로 지난달 29일부터 6박7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페민(69) 미얀마 공보부 연방 장관이었다. 공보부는 미얀마 국내에서 유통되는 문화·방송 콘텐츠 관리를 총괄한다.
정부 청사에서 목격될 법한 고위급 외빈인 페민 장관이 영화관에서 시간을 보낸 데는 이유가 있다. 그가 이번에 한국을 찾은 배경의 중심에는 ‘한류 비결 배우기’가 있기 때문이다.

한류 비결을 배우기 위해 방한한 페민 미얀마 공보부 장관(앞줄 왼쪽 두번째)이 지난 1일 오후 용산 아이파크몰 CGV를 찾았다.

한류 비결을 배우기 위해 방한한 페민 미얀마 공보부 장관(앞줄 왼쪽 두번째)이 지난 1일 오후 용산 아이파크몰 CGV를 찾았다.

실제 그는 이번 방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 정부 관료가 아닌 영화 산업 종사자들과 보냈다. 1주일 방한 일정을 영화진흥위원회, 부산국제영화제 위원회, 한국예술종합학교, CGV 방문 등 영화 관련 현장 시찰 및 관계자 면담으로 꽉 채웠다. 부산에 있는 영진위 방문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이 아닌 부산 김해국제공항으로 입국하기도 했다.

1일 용산 아이파크몰 CGV를 찾은 페민 미얀마 공보부 장관이 팝콘을 맛보고 있다.

1일 용산 아이파크몰 CGV를 찾은 페민 미얀마 공보부 장관이 팝콘을 맛보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와 한·아세안센터의 초청으로 성사된 이번 그의 방한 배경에는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의 ‘특명’이 있었다. 미얀마 국민의 많은 사랑을 받는 한류 콘텐츠의 비결을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느끼고 오라는 것이 수치 고문이 그에게 준 미션이었다. 페민 장관은 “수치 고문도 한류 영화, 드라마를 많이 좋아한다. 특히 아버지인 아웅산 장군을 닮은 배우 안재욱씨의 팬”이라고 소개하며 웃었다. “나는 대장금의 이영애씨와 주몽의 송일국씨를 좋아한다”면서다. “한류 콘텐츠가 미얀마 사람들의 심장을 쥐고 있다”고 말하는 그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을 찾은 페민 미얀마 공보부 장관.

한국을 찾은 페민 미얀마 공보부 장관.

이번 방한의 목적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는 미얀마에서 굉장한 힘을 갖고 있다. 20년 동안 한국 콘텐츠 산업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최대한 많이 습득하기 위해 왔다.  
미얀마에서 한류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가장 사랑받는 것은 드라마인데 극본, 연출, OST, 배우들의 외모 등이 사랑받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극 중 이름을 배우의 이름으로 외우고 있을 정도다.  
미얀마 국민이 어느 정도로 한류를 친숙하게 느끼나. 
미얀마에서 ‘오빠’라고 하면 다 알아듣는다.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매일 보기 때문에 많이 들리는 말은 외우고 의미도 알게 된다. 오빠 외에도 ‘아버지’ ‘안녕하십니까’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배우나 가수들이 미얀마 사람들의 심장을 쥐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양국 간 실질적 영화 산업 교류 방안은. 
이미 굉장한 수준에 도달한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더 발전하려면 국제적 자원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미얀마가 손잡는다면 가능한 일이다. 미얀마의 아름다운 자연이나 한국 못지않게 극적인 역사 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미얀마가 필요한 것은 국제적 투자와 전문적인 기술 지원이다. 기술과 자본이 있는 한국 투자자들은 미얀마에 진출해 이윤을 얻고, 미얀마 국민은 높은 수준의 콘텐츠 생산을 통한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노력이 가능할까. 
양국의 문화 교류 활성화에 대한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 차원에서 이제 미얀마에도 한국 문화원을 건립할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노력이 여러 방면에서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한국의 신남방정책과도 부합할 것으로 기대한다. 동남아 국가들과 함께 평화와 번영을 이루고자 하는 신남방정책은 국제적으로 한국이라는 브랜드의 입지를 더 강화할 것이다.

글·사진=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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