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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대신 쓰레기만 남았어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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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8일 오전 전남 여수시 화정면 개도리 화산마을.

마을 앞바다 가두리 양식장들은 처참한 몰골로 부숴져 있고, 해안과 방파제는 양식시설용 스티로폼 조각 등이 뒤덮여 쓰레기장으로 변해 있었다.

마을 선착장에서 만난 정성진 어촌계장(54)은 "2년여 동안 키워온 우럭.돔.농어 10여만마리 가운데 고작 수천마리만 남았다"며 "요즘 바다만 보면 울화통이 터지고 진저리가 난다"고 말했다.

이 마을 1백50여가구는 태풍 '매미'로 어장이 쑥대밭이 돼 큰 손해를 보게 됐다.

전복 양식장 2백㏊는 모두 망가졌고, 어류 가두리 양식시설 8백80대(1대는 가로,세로 각 6m)도 70~80%가 파괴되거나 유실된 것이다. 이 마을은 지난해 태풍 '루사' 때도 양식시설의 70% 가량이 파괴돼 1백억원대의 피해를 입었다.

정씨는 "10월에 내다팔 양식어류가 바람과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다"며 "올해 2억원의 수입을 올려 빚도 갚고 내년 사업자금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남면 서고지마을 사정도 나을 게 없다.

이 마을 김길홍이장(54)은 "35가구의 양식장 5백30대가 거의 모두 파괴됐다"며 "가을 출하량을 절반만 잡아도 어류 피해액이 12억5천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인근 화태리 독정마을 40여가구도 평균 15대씩 보유했던 양식장이 태풍으로 대부분 망가졌다.

이 마을 김정배 어촌계장(52)은 "태풍이 상륙할 때 샛바람이 한시간 이상 불어닥치면서 떠내려가거나 심지어 방파제 위로 날라온 양식시설이 한두 개가 아니다"고 말했다.

여수 관내 남면.화정면.돌산읍 등에 설치된 양식시설은 2백90㏊에 1만5백대 규모.

어민들은 보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망가진 시설이 70%에 달하고, 양식 어류.전복 대부분이 도망가거나 폐사해 피해액이 1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수시 수산자원과 이광익씨는 "정확한 피해를 산출하려면 2~3일이 더 걸려야 한다"며 "현재로선 양식시설 중 절반 가량이 전파되거나 반파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는 여수.완도.고흥 등 도내 어망.어구를 포함해 수산 관련시설 8천2백여곳이 파손돼 7백억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추산하고 있으나 오는 20일쯤 어장 피해 현지 조사를 마치면 피해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수=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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