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경상수지 77개월 연속 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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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반도체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는 식어가는 한국 경제 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버티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분야다. 반도체 쏠림 현상은 6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에서도 재차 확인됐다.

해외투자 증가도 반도체 M&A 덕 #경제지표마다 쏠림현상 뚜렷

첫 번째 지표는 2012년 3월부터 77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간 경상수지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18년 7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87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122억9000만 달러) 이후 흑자 폭이 가장 컸다.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난 건 상품수지 흑자가 개선돼서다. 7월 상품수지 흑자(114억3000만 달러)는 지난해 11월(114억6000만 달러) 이후 가장 컸다.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이어가며 상품 수출(540억6000만 달러)이 1년 전보다 14.8% 늘어난 덕이다. 통관 기준으로 7월 수출은 1년 전보다 6.2% 늘어난 518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반도체 수출은 106억2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1.1% 증가했다.

늘어난 해외투자는 반도체 호황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내놓은 ‘2분기 해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 2분기 한국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송금액 기준) 규모는 129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103억 달러)보다 25.8% 늘었다. 반도체 부문의 대규모 인수·합병(M&A) 때문이다. 업종별·지역별 해외투자 비중에서도 반도체 효과는 컸다. 제조업 해외직접투자(49억8000만 달러)는 반도체 분야 M&A로 인해 지난해 2분기(14억8000만 달러)보다 235.7%나 급증했다. 그 영향으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8.4%로 가장 컸다. 국가 기준으로도 반도체 M&A가 이뤄진 케이만군도(25.1%)의 비중이 가장 컸다.

이런 지표는 한 방향을 가리킨다. 반도체가 무너지면 한국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 호황이 주요 제조업이 부진을 가리고 있는 만큼 다른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현옥·하남현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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