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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그린벨트 해제는 신중하게, 도심 재건축·재개발부터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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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서울의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다. 서울시내 그린벨트를 개발하고, 상업·준주거 지역에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때 주택 비중을 높이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에도 관련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고 한다. 세금 폭탄 같은 종전의 수요 억제 일변도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조치다. 공급을 늘리지 않고 수요만 때려잡으려 해서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검토하는 대책은 순서가 뒤바뀌었다. 무엇보다 도심 재건축·재개발을 묶고 있는 규제부터 확 풀어야 한다. 땅이 부족한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은 큰 규모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현실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없이는 서울에서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 주택 실수요조차 감당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박원순 시장 들어서는 뉴타운 개발을 중단하는 등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을 막았다. 결과는 집값 급등으로 이어졌다.

서울시내 그린벨트 해제는 최후의 극약처방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훼손돼 보전 가치가 떨어진 그린벨트는 이미 이명박 정부 때 대부분 택지로 개발했다. 남은 지역은 대체로 숲이 우거진 녹지다. 미래를 위해 50년 가까이 손대지 않고 지켜온 자연 유산이다. 주택 정책 실패를 핑계 삼아 함부로 개발해서는 안 된다. 해제할 경우에도 반드시 공론화를 거치는 등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마침 서울시가 “유휴지 택지 개발을 우선 고려하고 그린벨트 해제는 신중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니 다행이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저금리에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돈이 보다 생산적인 분야에 흐르도록 하는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 지금 시중엔 떠도는 돈이 1116조원에 이른다. 하루빨리 4차산업·서비스산업 관련 규제를 풀어야 집값 안정과 더불어 고용 확대의 덤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