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마의 낙석구간’ 전락한 한탄강 트래킹 코스…아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트래킹 코스’. 집중호우로 바위돌과 돌더미가 탐방로에 마구 굴러떨어져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트래킹 코스’. 집중호우로 바위돌과 돌더미가 탐방로에 마구 굴러떨어져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신답리 마을. ‘한탄강 트래킹 코스’ 입구가 마을과 연결돼 있다. 이 트래킹 코스는 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탐방로 여러 곳에 낙석 사태가 난 곳이다. 장대비가 쏟아진 이 날 이미 무너진 옹벽의 추가 낙석이 우려되는 상황인데도 출입구 어디에도 통행을 금지하는 안내판이 없었다.

집중호우로 2㎞ 구간 트래킹 코스 곳곳 낙석 #옹벽 여러곳 무너져 바위ㆍ돌덩이 탐방로 덮쳐 #추가 집중호우시 추가 낙석 우려되는 상황 #출입통제 이뤄지지 않은 채 바닥도 엉망 #연천군의회, 현장 조사 실시 후 대책 나서 #연천군, 6일 시공업체와 조사 후 복구키로

신답리 일대 약 2㎞ 구간 트래킹 코스는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바위와 돌덩이들이 탐방로 여기저기에 쏟아져 내려와 있었다. 속살을 드러낸 채 무너진 옹벽에는 돌덩이가 매달려 있다시피 했다. 폭우와 함께 돌덩이가 무너지면서 작은 계곡처럼 탐방로 흙바닥이 직경 2m 정도 크기로 움푹 패여 나간 것도 있었다.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트래킹 코스’. 집중호우로 바위돌과 돌더미가 탐방로에 마구 굴러떨어져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트래킹 코스’. 집중호우로 바위돌과 돌더미가 탐방로에 마구 굴러떨어져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트래킹 코스’. 집중호우로 위험한 돌길로 변한 구간. 전익진 기자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트래킹 코스’. 집중호우로 위험한 돌길로 변한 구간. 전익진 기자

무너진 옹벽의 돌덩이와 나뭇가지가 탐방로를 가로막고 있는 구간도 있었다. 일부 구간은 탐방로 바닥의 토사가 쓸려 내려가 울퉁불퉁한 돌바닥으로 변해 안전하게 걷기 어려운 상태였다. 흙 탐방로 일부 구간은 갯벌을 연상케 할 정도여서 걸을 때마다 발목 정도 깊이로 푹푹 빠졌다. 가시박 등 수풀이 탐방로까지 뻗어 나와 뒤덮고 있는 구간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현장을 안내한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불과 6개월 전인 지난 2월 말 완공, 개방된 트래킹 코스가 집중호우로 이 정도로 처참하게 낙석이 발생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이는 탐방객들의 안전은 등한시한 채 겨울철 공사를 강행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공사를 한 결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트래킹 코스'. 집중호우로 돌덩이가 무너져 탐방로가 움푹 패여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트래킹 코스'. 집중호우로 돌덩이가 무너져 탐방로가 움푹 패여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트래킹 코스’. 집중호우로 바위돌과 돌더미가 탐방로에 마구 굴러떨어져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트래킹 코스’. 집중호우로 바위돌과 돌더미가 탐방로에 마구 굴러떨어져 있다. 전익진 기자

한탄강변 현무암 주상절리 지역에 올 초 조성된 한탄강 트래킹 코스가 ‘마의 낙석 위험 구간’으로 둔갑해 탐방객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이곳은 연천군이 지난 2월 말 연천읍 고문리∼전곡읍 신답리∼청산면 궁평리 9.55㎞ 구간에 조성한 ‘한탄강댐 주변 트래킹 코스’의 한 구간이다. 군은 24억여 원을 들여 한탄강댐 주변의 환경정화를 겸해 댐 주변 지역에 기반·편의시설을 갖추기 위해 트래킹 코스를 조성한 것. 방문객들이 쉽고 안전하게 강변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든 탐방로다.

이에 대해 연천군 관계자는 “비가 워낙 많이 내려 일부 옹벽이 흘러내린 것”이라며 “6일 시공업체 관계자와 현장 조사를 벌인 뒤 복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연천군의회는 지난 3일 현장 조사를 벌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현장 조사를 벌인 박충식 연천군의회 의원은 “혈세를 들여가며 자연훼손을 한 데다 큰 바위와 호박만 한 돌덩이가 굴러떨어져 안전사고 위험까지 높은 트래킹 코스를 조성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가 낙석 위험이 있는 만큼 신속한 복구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탐방객 안전이 확보되기 전에는 출입금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낙석 방지 등에 대한 근본적인 안전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트래킹 코스 탐방을 당장 전면 금지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트래킹 코스’. 집중호우로 돌덩이가 탐방로에 굴러떨어져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트래킹 코스’. 집중호우로 돌덩이가 탐방로에 굴러떨어져 있다. 전익진 기자

한탄강 트래킹 코스. [사진 연천군]

한탄강 트래킹 코스. [사진 연천군]

한편 연천군은 한탄강 트래킹 코스를 조성하면서 한탄강의 주상절리와 현무암을 파괴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앞서 연천군과 포천시는 ‘한탄·임진강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공동 추진했다. 2015년 12월 환경부 국가지질공원위원회는 한탄강과 임진강 일대(767㎢)의 현무암 협곡과 주상절리 등 화산활동과 관련된 지질학적 특징을 가진 명소 20곳을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했다. 연천군 지역은 군남면 왕림리 차탄천 주상절리를 비롯해 연천읍 고문리 한탄강 재인폭포 등 9곳이 인증을 받았다.

연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