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찔린 野, 허성관 때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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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허성관(許成寬)행정자치부 장관 내정자를 공격했다.

이강두(李康斗)정책위의장은 18일 당직자 회의에서 "태풍 피해와 관련해 문책당해야 할 사람을 행자부 장관으로 기용한 것은 국민의 분노를 살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해서는 "회사가 망해가는데 능력보다 측근만 챙기는 오너"라며 "전공 분야도 아닌 사람을 단순히 코드만 맞다고 앉힌 이번 인사를 재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이 물러나는 김두관(金斗官)장관에 이어 새 장관 때리기에 나선 배경을 놓고 정가에는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청와대는 정치적 계산이 담겼다고 보고 있다.

내년 총선 전략의 일환이란 것이다. 盧대통령의 측근이 계속 행자부 장관을 맡음으로써 영남권 지방자치단체들이 흔들린다는 위기감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주장했다.

그는 "한총련 시위를 내세워 무리하게 김두관 장관 해임을 추진했던 야당이 이제는 태풍을 걸어 신임 장관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야당은 소속 영남권 자치단체장이 동요하자 내년 총선에서 영남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두관 장관 이후 한나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중앙당의 말을 잘 안 듣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한 당 관계자는 "김두관 장관이 영남권 지자체에 지방교부금을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등 조직 장악에 나섰던 것으로 안다"며 "盧대통령이 후임에 자신과 같은 경남 출신인 허성관 장관을 임명한 것도 계속 밀어붙이라는 뜻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김두관 장관이 경남 남해 출신이고, 許장관은 마산이며 새로 해수부를 맡은 최낙정 장관은 경남 고성이란 점이 우연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총선에서 盧대통령이 대대적인 PK(부산.경남)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고 이번 장관 교체를 그 전초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국 盧대통령은 김두관 장관에 대한 해임을 추진했던 한나라당의 의도를 파악하고 허성관 카드로 허를 찔렀으며, 한나라당은 盧대통령의 반격의 의미를 충분히 알고 신임 許장관 내정자를 공격하는 '장군 멍군'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수호 기자<hodori@joongang.co.kr>
사진=장문기 기자 <cha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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