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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처럼 차선 변경 전 멈칫…자율주행차 '제로셔틀' 시범운행 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횡단보도에 정차합니다."
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인근 편도 2차선 도로. 달리던 검정색 미니 버스에서 이런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버스는 곧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섰다.
안에는 이재명 경기지사 등 6명이 앉아 있었지만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운전석 자체가 없다. 안전벨트가 달린 좌석과 입석 승객을 위한 손잡이가 위에 달려있을 뿐이다.
미니버스는 신호등에 녹색불이 켜지자 기다렸다는 듯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경기도 제작 자율주행차 '제로셔틀' 4일부터 시범운행 #핸들, 브레이크 등 없이 통합관제센터 교통신호로 운행 #제2판교입구부터 판교역까지 5.5㎞를 시속 25㎞로 오가

경기도가 제작한 자율주행차 제로셔틀. [사진 경기도]

경기도가 제작한 자율주행차 제로셔틀. [사진 경기도]

이 미니버스의 이름은 '제로셔틀'. 경기도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의뢰해 3년간 연구 끝에 개발한 레벨4 수준의 11인승(좌석 6석, 입석 5석) 자율주행차다. 레벨4는 차량 스스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움직이는 완전주행이 가능한 단계다. 상용화가 가능한 레벨5의 바로 전 단계이기도 하다.

경기도는 이날부터 제로셔틀 2대를 시범운행에 투입했다. 판교 제2 테크노밸리 입구에서 지하철 신분당선 판교역까지 5.5㎞를 시속 25㎞로 운행한다.
국내에서 운전자가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일반 도로를 주행하는 것은 제로셔틀이 처음이다. 제로셔틀이라는 이름은 '배기가스가 없고, 사고도 없다'는 의미에서 붙였다.

제로셔틀 운행 노선표 [사진 경기도]

제로셔틀 운행 노선표 [사진 경기도]

 차 안에는 핸들과 엑셀, 브레이크, 와이퍼 등 수동 운행에 필요한 장치가 없다. 대신 통합관제센터와 교통신호정보, GPS 위치보정정보신호, 주행안전정보 등을 무선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차량 사물통신 기술인 V2X(Vehicle to Everything)가 구축돼 있다.

제로셔틀에는 주변의 사물을 인식하고 거리를 측정하는 레이저 기반 센서인 라이다(8개) 라는 장치와 카메라(전·후방 총 2개) 등이 설치되어 있다.

경기도가 제작한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이 4일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사진 경기도]

경기도가 제작한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이 4일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사진 경기도]

여기에 관제센터에서 보내는 도로 상황, 주변 차량흐름 정보와 시범운행 구간에 설치된 12개의 교통신호 제어기들이 신호등 색깔이 몇초 뒤 어떤 색으로 변하는지 등을 알려준다. 이런 신호는 제로셔틀의 첨단 지도정보로 보내져 차선 변경이나 속도 등을 좌우한다. 차량 1대 제작에 13억원이 투입됐다.

개발 총괄책임 담당자인 차세대융합기술원 김재환 박사는 "기존 자율차는 통제된 환경 속에서 차량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지만 제로셔틀은 관제센터에서 보내는 정보를 추가해 판단하기 때문에 더욱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와 차세대융합기술원은 제로셔틀 시범 운행을 앞두고 국토교통부·경찰청·교통안전공단 등과 TF를 구성해 제도개선, 차량제작, 임시운행허가, 안전시설 보완 등을 협업했다고 한다.

경기도가 제작한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이 4일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사진 경기도]

경기도가 제작한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이 4일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사진 경기도]

지난 3월 국토교통부에서 제로셔틀 임시운행을 허가받은 데 이어, 경찰청이 요구한 안전 보완사항도 지난 5월 완료했다. 판교역 등 주변에는 '자율주행차 운행구간'을 알리는 도로전광판과 플래카드도 설치해 시범운행 준비를 마쳤다.

제로셔틀은 말(?)이 많았다. 횡단보도 앞에선 "횡단보도에 정차한다"고, 통과할 땐 "통과한다"고 알렸다. "좌측(또는 우측) 차선 변경" 등 변화 내용도 방송했다. 차세대융합기술원 임경일 박사는 "제로셔틀은 최고 시속 60㎞/h까지 달릴 수 있다"며 "시범운행이지만 탑승자가 타는 경우도 있으니 움직임을 직접 설명하면 좋을 것 같아서 안내 방송을 넣었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제작한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이 4일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사진 경기도]

경기도가 제작한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이 4일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사진 경기도]

앞으로 옆 차선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자 제로셔틀이 급정지했다. '좌측 차선변경'을 안내했지만, 왼쪽에 다른 차량이 치고 올라오자 원래 차선으로 돌아왔다가 주춤주춤 서행으로 차선을 옮기기도 했다. 이재명 지사는 "운전면허를 막 따서 처음으로 도로주행을 나온 초보운전자가 운전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재환 박사는 "제로셔틀이 현재 가장 안전한 상태로 세팅돼 있어서 조그만 움직임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시범운행으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 문제점이 없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제작한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이 4일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사진 경기도]

경기도가 제작한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이 4일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사진 경기도]

성남 판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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