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스스로도 인정하는 ‘깐깐한 성격’ 탓에 세간에 화제가 된 일화들이 많다. 1997년 불법 유턴을 한 자신의 차량에 ‘딱지’를 떼지 않은 교통 의경을 오히려 규정대로 처벌받게 한 일, 13대 국회 노동위원 시절 돈 봉투를 들고 온 한 업체 간부를 단박에 사무실 밖으로 쫓아버린 일 등이다. 교육부 장관 시절엔 지시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말로만 잘 된다고 보고하던 간부를 지방으로 좌천시켜버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2004년 국무총리 인사 청문회에서 “재야 시절 모 중앙지 취재기자의 뺨을 때린 적이 있느냐”는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의 서면질의에 대해 “87년 재야운동을 할 당시 잘못된 보도에 항의하고 언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 시절엔 연로한 장학관의 뺨도 때렸다는 말도 나돌았다. 이에대해 이 대표는 2007년 발간한 저서 ‘청양 이면장 댁 셋째 아들’에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무리한 부탁을 해와 나무랐을 뿐인데 와전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술고래’라는 얘기도 있다. 최근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건강 이상설’이 술 때문이란 루머까지 나왔다. 그러나 그가 손을 떠는 이유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때 생긴 고문 후유증이란게 이 대표 측의 설명이다. 이 대표도 “그 당시 많이 맞아서 목이 손상됐다. 젊었을땐 잘 몰랐는데 요즘보니 그 후유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 대표가 독수리 타법인데 SNS를 직접 하는 게 맞냐는 질문도 나온다. 이 대표는 7년여 전부터 아이패드를 늘 갖고 다니면서 사무실이나 이동하는 차 안에서 수시로 인터넷 검색을 한다고 한다.
이 대표 인맥의 뿌리는 ‘평화민주통일연구회(평민연)’이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인 평민연은 1987년 대선 때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재야 인사들이 88년 평민당에 입당해 만든 모임이다.
이 대표는 평민연 소장과 상임이사를 지냈고 당시 함께 활동했던 인사들이 당ㆍ정ㆍ청에 고루 포진해 있다. 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의원,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윤호중 의원, 김현 전 의원 등이 평민연 출신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7년 평민연 당보 기자로 정계에 입문했고,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평민연 기획실 간사였다.
7선인 이 대표 곁에는 수십년 씩 보좌한 사람들이 많다. 이 대표는 “보좌진에게 먼저 나가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30년째 이 대표를 보좌하고 있는 전미숙 비서관은 “대표님이 ‘내가 죽으면 내 관에 담배 하나 놔줘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 전했다.
13대 국회 때 노무현 전 대통령, 이 대표와 함께 ‘노동위 3총사’로 활약한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은 “노무현은 송곳으로 쑤시고, 이해찬은 면도칼로 저미고, 나는 도끼로 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고 회고했다.
이해찬 대표의 말말말
“기생충이나 병균을 대통령에 앉히기 위해 멸사봉공한 증인은 앞으로 땅만 보고 살라.”
-1988년 광주청문회에서 1980년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주영복씨에게.
“지난 3.1절 날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에게 큰 걱정을 끼쳐 드려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2006년 3월 7일 국무회의에서 3ㆍ1절 골프 파문에 대해 사과하며.
“친구 얘기 좀 그만 하세요, 공적인 자리에서...”
“아직도 한나라당 후보의 말과 비슷하다. 공부 좀 더 해라. 손 후보 공격했다간 또 나가실까 봐 못 하겠다.”
-2007년 9월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합동 연설에서 정동영ㆍ손학규 후보에게.
“개인적으로 후회되는 선택은 교육부 장관을 간 거예요.”
-대담집 『문제는 리더다』(2010년)에서 “전혀 준비 없이 임명됐다. 무지하게 어려운 분야이더라”고 말하면서.
“위기가 닥치면 일로 돌파해야 합니다.”
-저서 『광장에서 길을 묻다』(2011년)에서 “집권 세력은 통제의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새로운 정책을 찾고 비전을 만들어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그건 국가 원수의 언어가 아니다. 대통령이 사돈 남 말 하듯이 유체이탈 화법으로 말하면 안 된다.”
-2015년 2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퉁퉁 불은 국수를 먹게 된 경제가 불쌍하다”는 발언을 지적하며.
“극우ㆍ보수세력들이 다시는 이 나라를 농단하지 못하게 철저히 궤멸시켜야 한다.”
-2017년 4월 대선 유세 중에.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