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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의 라이벌' 주커만, 10년 만의 한국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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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58)와 젊은 시절 라이벌이었다는 이유로 국내 무대에서는 별로 빛을 보지 못한 연주자가 있다. 바로 바이올리니스트.비올리스트.지휘자로 활동 중인 핑커스 주커만(58.사진)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태생인 주커만은 줄리아드 음대에서 이반 갈라미언 교수를 함께 사사한 정경화의 클래스메이트다. 아이작 스턴의 추천으로 전액 장학생으로 공부했다. 1967년 뉴욕에서 열린 레벤트리트 국제 콩쿠르에 함께 출전하면서부터 '악연'이 시작됐다. 콩쿠르를 포기하라는 회유와 압력을 물리치고 출전한 정경화는 심사위원장을 맡은 유대계 바이올리니스트의 대부 아이작 스턴의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주커만과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주커만이 29일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지휘자.협연자로 음악회를 이끌어간다. 97년 독주회 이후 10년 만의 내한 무대이며 서울시향과는 첫 만남이다. 주커만은 동갑내기인 정경화와 같은 스승을 사사했지만 연주자로서 걸어온 길이나 연주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고뇌에 찬 표정으로 불꽃같은 연주를 들려주는 정경화와는 대조적으로 주커만은 자연스럽고 유연한 연주에다 밝고 우아한 음색의 소유자다. 모차르트 연주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80~87년 세인트 폴 체임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지냈으며 98년 캐나다 오타와 내셔널 아트센터 오케스트라의 첼로 수석주자인 애먼더 포시드와 결혼하면서 이 교향악단의 수석 지휘자로 부임했다. 플루티스트 겸 소설가인 유지니아 주커만, 여배우 튜즈데이 웰드에 이어 만난 세번째 부인이다. 첫 부인과의 사이에서 아리아나(오페라 가수), 나탈리아(록 뮤지션) 등 두 딸을 두었다. 취미는 테니스와 외국 동전 수집이다.

◆공연메모=29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바흐'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협연 데니스 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 02-3700-6334.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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