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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염|현진해(고대 혜화병원 내과과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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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어느 날 건강해 보이는 남자환자가 진찰실을 찾아왔다.
그는 회사 계장인 오모씨(28)로 체격도 좋고, 식성도 남보다 좋아 항시 자신감에 넘쳐서 일하는 모범사원이다. 오 계장의 기억에는 가벼운 감기정도를 뜨거운 목욕으로 치료한 것 이외에는 병을 앓은 적이 없고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많이 먹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4일전에는 특별히 기억할만한 이유도 없이 가벼운 구역질이 있으면서 윗배가 아프더니 그 다음날부터는 식욕이 떨어져서 식사 때가 되어도 배가 고프지도 않고 계속해서 윗배가 더부룩하며 평소 가지 않던 약국에 들러 약도 먹어보았다.
지금은 처음보다 다소 덜하기는 하나 주위에서 위암이니 뭐니 하고 이야기를 하여 겁이 나서 병원을 찾아오게 되었다.
오 계장처럼 윗배가 아프고 거북한 경우는 위뿐만 아니라 간·췌장 등에 염증이나 암과 같은 멍이 있어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것이 아니라 정확한 검사를 해야한다.
오 계장의 경우는 급성위염으로 진단되었다. 위벽은 4층으로 되어있는데 가장 곁에 있는 점막에 급성 또는 만성으로 염증이 오는 경우를 위염이라고 말한다. 위염은 아스피린·항생제 등의 약이나 술, 불결한 음식물, 세균감염, 대수술, 폐 질환, 신장 질환 등 여러 가지 경우에 올 수 있는데 위 점막이 염증으로 붉게 되거나 헐고 심한 경우에는 출혈이 올 수 있다.
위염이 있어도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지내는 사람이 있으나 대부분 윗배가 다소 거북하거나 소화가 안 되는 것처럼 느끼는 가벼운 증상에서부터 오 계장의 경우처럼 구역질·구토와 함께 심한 복통이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위 점막이 헐어서 출혈을 하는 경우에는 검은 변을 보거나 피를 토할 수 있고 대량 출혈인 경우는 생명이 위험하게 된다.
이런 증상은 위염 이외에도 위궤양·위암·식도염과 같은 위장관 질환은 물론 간염·간암·췌장염·췌장암 등의 주위의 다른 상기에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정밀검사가 꼭 필요하다.
위염의 진단 방법으로는 X선 검사와 위 내시경 검사가 있으며 필요하면 조직검사도 할 수 있는데 가벼운 위염도 쉽게 진단할 수 있는 위 내시경 검사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증상이 있을 때는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들면서 제산제와 위산분비 억제제를 투약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2∼3일이면 잘 치료되나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경우에는 수개월씩 지속되기도 한다.
위염은 일단 발생된 후에 치료하려할게 아니라 가능하면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다. 아스피린·항생제 등의 약물을 복용할 때는 공복에 드는 것을 피하고 요즈음처럼 연말을 앞두고 각종 모임이 많아 술을 자주 마셔 알콜성 위염이 발생했을 때는 금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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