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對外정벌사 다룬 '국조정토록' 목판본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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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조선시대 대외정벌사를 다룬 '국조정토록(國朝征討錄)' 목판 인쇄본이 발견됐다. 상.하권으로 된 이 책은 훈련도감(訓鍊都監.1594년 설치)의 목활자로 찍었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빼앗긴 '국조정토록' 필사본이 있다고만 알려져 있고, 또 그 필사본을 1796년에 다시 필사한 책의 마이크로필름이 국립중앙도서관에도 한 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7세기 초 광해군 때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목판본 실물이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조정토록'은 세종 원년(1419) 대마도 정벌로부터 중종 5년(1510) 삼포왜란을 정벌하기까지 모두 일곱 차례의 전쟁 기사를 월, 일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적어 놓았다. 특히 침입한 외적을 물리친 기록이 아니라 정벌이라는 능동적 전쟁만을 선정해 편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원장 장을병.이하 정문연)이 중점을 두고 진행해 온 국학진흥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 책을 발굴했다. 정문연은 조만간 발행될 학술지 '장서각'제9집을 통해 이 책의 원문을 정구복(60.정문연 역사연구실) 교수의 해제와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정교수는 "인쇄 시기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광해군 때로 추정된다"면서 "지금까지 국내 학계에 소개된 적이 없을 뿐더러 전쟁사 자료집으로서는 매우 희귀한 고서(古書)"라고 밝혔다.

'국조정토록'은 왜적에 대한 정벌을 두 번, 만주의 여진족에 대한 정벌을 다섯 번 다루고 있다. 목차를 보면 상권에 '정대마도(征對馬島)''정파저강(征婆猪江)''정건주위(征建州衛)'를 실었고, 하권에 '정건주위(征建州衛)''정니마군(征尼麻軍)''정서북로구(征西北虜寇)''정삼포반왜(征三浦叛倭)'가 실려 있다.

각 정벌의 원인, 지휘 체계, 작전 명령, 동원 병력과 군량, 공격 과정과 전과, 그리고 전후의 포상에 이르기까지 정벌의 모든 과정을 서술했다는 점에서 전례가 드문 자료집이라 할 수 있다.

정구복 교수는 "임진왜란을 경험한 광해군의 당시 현실 인식과 정치적 이상을 새롭게 연구하는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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