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밤 연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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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승하(1960~ ) '밤 연가' (부분)

많은 이 잠들어 있을 이 시각
그대 혼은 이 이승에 아직 머물러 있나
저 저승으로 난 길을 걷고 있나
밤의 중환자실 시계도 지쳐
천천히 가고 있는 것만 같네

함께 했던 시간은 다 아름다웠네
내 가벼운 농담에 풀어놓곤 했던
그대 웃음 보따리…

나는 밤의 격전지에서 부상병처럼
절뚝거리며 오는 새벽을 헤아리고
관계의 끈은 저 링거 병 속으로
떨어지는 시간만이 부여잡고 있네
아아 눈뜨기만을, 살아나기만을



이 시가 들어 있는 시인의 시집을 더 읽어가면 이 중환자는 시인의 부인이다. 설명도 필요없는 부부 간의 사랑과 연민이 차고 넘친다. 내가 꼭 의사여서 그런가. 마지막 줄을 몇번이나 읽으며 가슴이 자꾸 메인다. 이 시를 읽는 모든 환자와 보호자들도 함께 활짝 살아나시고 건강 활짝 찾으시기를 바란다.

마종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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