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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도 정적도 총집결한 매케인 장례식…트럼프는 골프장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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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정객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미국 공화·민주 양당을 대표하는 전 수장이 나란히 섰다. 현직 대통령의 모습은 끝내 볼 수 없었다. 장례식이 치러지는 성당 안에는 아일랜드 민요 ‘대니 보이’가 울려 퍼졌다. 모든 건 초당파성을 강조했던 고(故)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생전 원하던 대로였다.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A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A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 DC의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엄수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에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바 전 대통령 등 한때 적수였던 두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앨 고어 전 부통령, 딕 체니 전 부통령 등 정치권과 각계의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조지 W 부시·오바마 전 대통령 나란히 조사 낭독 #트럼프, 오전 분노 트윗 후 골프장으로 향해

당내 경선과 대선 본선에서 각각 맞붙으며 매케인 의원의 ‘백악관행’을 좌절시킨 부시·오바마 전 대통령은 고인의 부탁에 따라 조사를 낭독했다. 생전 불화를 겪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끝내 초대받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선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의 장례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의 장례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부시 전 대통령은 조사에서 “매케인은 나라를 위해 가치가 없다고 믿는 정책과 관행에 정면으로 맞섰다”며 “‘존 매케인과의 우정’이라는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을 얻었다”며 고인을 기렸다.

이어 연단에 오른 오바마 전 대통령도 “존은 정치적 편의주의나 당파적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왜곡한다면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자신이 속한 정당에 맞섰고 초당파적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이들 조사에 앞서 매케인의 딸 메건 매케인은 유족 인사말을 통해 “존 매케인의 미국은 더 위대해질 필요가 없다. 항상 위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써온 ‘미국을 더 위대하게’란 구호를 간접 비판한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의 장례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의 장례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3명의 전직 대통령들과 모든 주요 정당의 후보들이 포함된 그의 장례식은 이 나라가 한때 당연시 했던 세계적인 지도력에 대한 우울한 마지막 함성이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매케인 의원은 지난해 여름 말기 뇌종양 판정을 받은 뒤로 매주 금요일마다 보좌관들과 본인의 장례식을 주제로 한 회의를 열어왔다. 이 자리에서 장례식에서 연주될 노래를 선곡했고 동선도 챙겼다. 평소 앙숙의 관계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게 된 지난 4월 이후로는 공화당과 민주당, 러시아의 반체제 인물들에게까지도 직접 연락해 추모연설과 관 운구 등을 부탁했다고 한다.

존 매케인의 딸 메건 매케인이 유족 인사말을 하면서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로이터통신=연합뉴스]

존 매케인의 딸 메건 매케인이 유족 인사말을 하면서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로이터통신=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러시아 스캔들과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담은 트위터를 쏟아낸 뒤 백악관을 떠나 버지니아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으로 향했다고 CNN 등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모든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집결한 가운데 트럼프는 ‘부재’를 통해 그의 존재를 느끼게 했다. 오바마와 부시에게 조사를 부탁한 것은 다분히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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