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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군대 가겠다" 빗발쳐···손흥민 "기쁘면서도 죄송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금메달을 깨물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금메달을 깨물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자기 일들처럼 걱정해주셔서 기쁘면서도 죄송했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한국 축구의 상징이 된 손흥민(26·토트넘)은 한동안 축구팬들의 큰 걱정거리를 샀다. 군 문제 때문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뛰면서 가치를 높여가는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만 27세가 되는 내년엔 현역으로 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일부 팬들은 "내가 손흥민 대신 군대를 가겠다"고 하거나 "손흥민을 (금메달이 유력한) 다른 대표팀에 보내면 어떨까"라는 의견들도 쏟아졌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이승우가 연장 전반에 선제골을 넣은 후 손흥민과 포옹하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이승우가 연장 전반에 선제골을 넣은 후 손흥민과 포옹하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그러나 손흥민은 목표했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스스로 해내면서 마침내 목에 걸었다. 1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2-1로 누르면서 우승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날 손흥민은 연장 전반 3분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연장 전반 10분 황희찬(함부르크)의 골을 모두 도우면서 '특급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앞서 2014 브라질월드컵, 2016 리우올림픽, 지난 6월 러시아월드컵 등에서 목표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마다 눈물을 흘렸던 그는 이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내 환한 표정이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태극기만 보면 난 가슴이 뭉클하다. 애국가가 나오면 가끔 눈물이 나는데 태극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라면서 "(내 상황에) 걱정해주셔서 기쁘면서도 죄송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었던 그는 "이 팀의 주장으로 내가 많이 부족했지만 어린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줬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팀에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다른 선수들이 역할을 잘 해줬다"며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연장전이 끝나고 금메달 확정한 손흥민이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일본의 결승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연장전이 끝나고 금메달 확정한 손흥민이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치비농=김성룡 기자

손흥민이 말하는 '2018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어떤 팀일까. 그는 "이 팀은 축구 잘 하는 인성좋은 팀"이라고 한 마디로 말했다. 그는 "다들 축구를 잘 하고, 착하다. 축구에 대한 열망이 크고 배고픈 아이들"이라면서 "그런 게 커져서 우리가 정말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목표 의식이 확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선수들이 빨리 유럽에 나가 시도했으면 좋겠다. 좋은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다"면서 "두려워하지 말고 겁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 깨물어 본 금메달. 손흥민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는 "무겁고 딱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맛은 없었지만 맛있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달콤했던 금메달처럼 그의 앞날엔 이제 꽃길이 가득할 일만 남았다. 그는 "오늘 하루는 평생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연장 30분을 지냈다. 축구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이 일어나는구나 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 덕분에 금메달 땄다. 제가 걸고 있지만 제 금메달이 아닌 국민들의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주장으로서 힘든 순간들을 다 이겨낸 뒤 "모두의 금메달"이라고 말한 그의 말에선 품격이 느껴졌다.

치비농=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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