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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에 '팽' 당한게 스펙···이석수·윤석열·노태강 되살린 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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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미쳤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이석수 신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의 말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특별감찰관으로 일하다 청와대와 갈등을 빚고 검찰수사까지 받았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중책을 맡는 것을 두고 주변에서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단행한 장관 및 차관급 인사에서 국가정보원의 핵심요직인 기조실장에 그를 깜짝 발탁했다. 이 실장은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을 보니 내가 정말 잘해야 될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사찰에 대해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사찰에 대해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 실장은 오랫동안 공안 검사였다. 1989~2010년까지 22년간 검사를 하면서 여러 공안사건을 맡았다. 또 박근혜 정부에선 새누리당 추천으로 초대 특별감찰관을 맡았다. 그를 잘 하는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 실장은 특별히 정치적이지도 않다. 굳이 구분하자면 진보쪽 보다는 보수 성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런 그를 청와대는 왜 선택했을까. 법조계에선 그가 박근혜 정부 때 보인 결기를 높게 평가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 정부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이 현 정부에선 거꾸로 어필할 수 있는 ‘이력’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청와대에선 이 실장을 두고 “사회정의 구현에 기여해온 검사 출신 법조인”(김의겸 대변인)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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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 땅 특혜거래 의혹 등 개인비리 혐의를 잡고 감찰에 착수한 사람이 그였다. 우 수석에 대한 감찰내용 유출 의혹이 불거져 청와대로부터 “국기 문란”이란 비판이 나오자 “의혹만으로는 사퇴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정부의 방침 아닌가”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그 후 그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사표 제출’이라는 형식으로 쫓겨났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본인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원칙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끝까지 밀어붙인 면을 높게 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중용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경우도 비슷하다. 전 정부에서 사실상 좌천을 당했는데, 문재인정부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과 박영수 특별검사(왼쪽) [중앙포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과 박영수 특별검사(왼쪽) [중앙포토]

윤석열ㆍ노태강 등 전 정부 ‘팽’ 인사 중용

윤 지검장은 2013년 국정원의 ‘정치ㆍ대선 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으로 수사하던 과정에서 외압 의혹을 폭로하며 이른바 ‘항명 파동’의 중심에 섰다. 이 일로 수사 일선에서 배제된 뒤 대구고검, 대전고검 등으로 전보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당선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귀환을 했다.

노 차관도 비슷하다. 박근혜정부 당시 승마협회 감사 보고서에 최순실 씨의 최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좌천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참 나쁜 사람’으로 지목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문 대통령에 의해 문화부 2차관으로 발탁되며 화려하고 부활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그런 경우다. 조 의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지만 ‘정윤회 문건’ 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진노를 사표를 냈다. 이후 문 대통령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공을 들인 끝에 조 의원을 영입했다.

이런 인사 패턴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전 정부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소신’을 지킨 점이 후한 평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명확한 인사 원칙 없이 ‘적의 적은 동지’라는 도식에 집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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