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기 왕위전] 천리 밖의 북소리에 위험을 감지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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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37기 왕위전 도전5번기 제4국
[제4보 (71~94)]
黑. 왕 위 李昌鎬 9단 | 白. 도전자 曺薰鉉 9단

백△로 두었을 뿐인데도 李9단은 71, 73으로 좌변을 지켜버린다. 북소리는 천리 밖에서 울렸는데도 李9단은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고 그 싹을 제거한 것이다.

"유리하다고 본겁니다." 인터넷해설의 윤현석7단이 웃으며 말한다.

그렇다. 71, 73을 서둘러 둔 이유를 가장 쉽게 말한다면 李9단이 형세를 유리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도'처럼 흑1을 먼저 두고 백이 어딘가 한수 받을 때 5, 7로 지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李9단은 하변 흑은 매우 튼튼해서 74에 이어 또다시 연타(78, 80)를 당하더라도 그리 큰 피해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좌변 흑은 다르지 않은가.

曺9단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젖고 있다. 좌변에 대해선 공격루트를 찾기 어려웠다. A로 파고드는 수가 제일감으로 떠오르지만 흑이 중앙 쪽으로 슬슬 고개를 내민다면 오히려 화근이 될 수도 있다. 전면공격을 감행했다가 놓치는 날엔 바둑은 쉽게 지고 만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던 차에 흑이 지켜버렸다. 아쉽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편하기도 하다. 그 틈에 다른 큰 곳을 두어 추격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75, 77은 이론도 많았다. 백이 크게 중앙을 도모하려는 마당에 굳이 실리를 밝힐 필요가 있느냐는 이론이다. 그러나 李9단은 실리도 벌면서 흑▲를 원호하고 또 B쪽으로 중앙으로 진출할 수도 있는 이 수의 다목적성을 높이 샀을 것이다.

84로 씌우자 희미하나마 중앙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변에서 흑이 많이 당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백이 중앙에서 10집만 거저 얻으면 계가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백은 좌상귀도 아직 확정가가 아니고 중앙 역시 어디 한군데 집이라고 믿을 수 있는 곳이 없다. 백의 시련은 계속되고 있었다.(83=?)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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