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일괄사표 제출 어제 오후 총리실에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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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5일 아침 일괄사표 제출을 위해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 회의는 30여분 동안 진행.
이미 청와대측은 일요일인 4일 오후 4시쯤『5일 오전 9시에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가질 테니 그전에 총리가 각료들의 사표를 갖고 청와대로 들어와 달라』고 총리실에 지시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현재 총리는『그 동안 고속도로 건설과 같은 가시적 업적은 없었으나 민주화과정에 하나의 돌을 놓겠다는 심정으로 일해왔다』며『그러나 강력한 내각, 능숙한 국회와의 협조 등 새로운 필요에 따라 어떤 전기를 마련해야겠다는 당위성이 강조됐다』 고 피력.
이 총리는 이어 『지난 시대의 청산과 새시대의 전개라는 차원에서 대통령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드릴 수 있도록 하고 심기일전의 전기 마련을 위해 모두가 사표를 내자』고 제의한 후 다소 농담 성으로『이의가 있으신 분 없습니까』고 해 웃음이 일기도 했다.
이 총리는 『국무위원 여러분들이 그 동안 성실하고 희생적인 자세로 일해온 데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하고『본인으로서는 미숙한 사람이 정부에 와서 여러분들의 큰 도움을 받아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내각을 운영할 수 있었던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인사.
이 총리는『오래 전부터「6초회」(6공화국 초대내각모임)를 한번 개최하려 했었는데 한번도 못했다』며『앞으로도 돈독한 우의와 상부상조를 기대한다』고 피력.
이 총리의 인사가 끝나자 국무위원들은 총무처가 배포한 양식에 따라 각자 사표를 작성했는데 일부 국무위원들은 미리 사표를 써오기도 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웃음소리가 두세 차례 났는데 회의가 끝나고 이춘구 내무장관은 그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짐을 벗으니까 웃는 거지…』라며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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