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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떠나 웹에 둥지 튼 예능프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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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방송사의 장외전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방송사마다 별도로 디지털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주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하는 웹예능이 TV에서 방영하는 예능 프로그램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이다. 구독자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콘텐트에 대한 충성도 또한 높은 편이다.

방송사마다 디지털채널 개설 붐 #JTBC ‘와썹맨’ 구독자 90만 넘어 #god 박준형이 시민들과 어울려 #CJ는 음악·영화 등 장르 세분화 #올 디지털 콘텐트 4000편 제작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웹예능 ‘와썹맨’과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사진 아래). 각각 JTBC와 온스타일의 디지털 스튜디오가 선보인 콘텐트다. [사진 각 제작사]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웹예능 ‘와썹맨’과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사진 아래). 각각 JTBC와 온스타일의 디지털 스튜디오가 선보인 콘텐트다. [사진 각 제작사]

JTBC 산하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선보인 ‘와썹맨’이 대표적이다. ‘와썹맨’은 god의 박준형을 앞세워 거리로 나선다. 구독자들이 추천해준 핫 플레이스를 찾아 시민들과 함께 서울 홍대에서 ‘코노(코인 노래방)’를 즐기고, 동묘에서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살 것 같은 ‘인싸각(인사이더로 보일 듯한)’ 구제 옷을 쇼핑하는 식이다. 박준형은 반백 살의 나이에도 “와썹맨이 왔어 맨. 뺌!”을 외치며 남녀노소 모두를 친구로 만들어 버린다. 덕분에 채널 개설 3개월 만에 구독자 수 90만 명을 돌파했다.

사실 ‘와썹맨’의 모태는 지난해 JTBC2가 방영한 예능 ‘사서고생’. 해외에서 물건을 팔아 마련한 경비로 여행을 즐기는 이 프로그램을 촬영하면서 디지털용으로 함께 제작한 ‘사서고생-왓써맨’이 인기를 끌면서 독립하게 됐다. 6월 시작한 ‘사서고생시즌2: 팔아다이스’는 온라인 인기에 힘입어 16일부터 JTBC에 편성되기도 했다.

김학준 CP는 “단순한 스핀오프로 끝내고 싶지 않아 기획 단계부터 프로그램 내에서 박준형의 캐릭터 활용을 놓고 고심했다. 같은 촬영분이라도 디지털에 맞는 포맷으로 엮어낸 게 주효한 것 같다”고 밝혔다. ‘와썹맨’은 ‘사서고생’과는 달리 빠른 편집과 B급 감성이 녹아든 자막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 CP는 “앞으로도 캐릭터나 세계관을 공유하며 별도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트랜스미디어 콘텐트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CJ ENM은 아예 “올 한 해 동안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트 4000편을 제작하겠다”고 선포했다. 음악은 M2, 영화는 뭅뭅 등 채널 및 분야별로 스튜디오를 만들어 타깃 맞춤형 콘텐트를 공급한단 계획이다. 주요 채널 tvN 역시 5월부터 흥베이커리란 스튜디오 이름으로 ‘최자로드’ 등 새로운 콘텐트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웹예능 ‘와썹맨’(사진 위)과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각각 JTBC와 온스타일의 디지털 스튜디오가 선보인 콘텐트다. [사진 각 제작사]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웹예능 ‘와썹맨’(사진 위)과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각각 JTBC와 온스타일의 디지털 스튜디오가 선보인 콘텐트다. [사진 각 제작사]

가장 성장세가 눈에 띄는 것은 스타일 채널 산하의 스튜디오 온스타일. 지난달 공개한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가 교내 성희롱과 페미니즘 등 젠더 이슈를 섬세하게 다루면서 한 달 만에 2000만 뷰를 넘겼다. 캐리비안 베이와 오션월드,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등 경쟁사에서 일하는 알바생이 함께 나와 경험담을 공유하는 ‘알바썰’ 역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스튜디오 온스타일의 이우탁 팀장은 “우리는 드라마나 예능 같은 장르보다 15~34세 여성이라는 타깃이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겟잇뷰티’가 성공하면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웹드라마도 제작할 수 있고, ‘알바썰’이 통하면 ‘학과썰’도 만들 수 있단 얘기다. 이 팀장은 “다음달에는 오쇼핑과 함께 화장품 제품을 개발하고 론칭 과정을 담은 커머스 드라마를 공개 예정”이라며 “방송을 보면서 구매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지상파 디지털 스튜디오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BS는 2015년 7월 예띠스튜디오를 설립, MBC는 2016년 2월 엠빅TV를 통해 ‘꽃미남 브로맨스’ 등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현재는 1년 넘게 채널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KBS 양승동 사장은 29일 혁신중간보고회에서 “전문가를 선임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디지털 서비스를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6년 6월 론칭한 SBS 모비딕은 한발 늦게 시작했지만 ‘박나래의 복붙쇼’ ‘김기수의 예살그살’ 등 개그맨들을 내세운 콘텐트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양세형의 숏터뷰’는 누적 조회 수 1억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박재용 모바일제작사업팀장은 “그동안 외형적 확장에 주력했다면, 9월 웹드라마 ‘맨발의 디바’를 시작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동시에 프리미엄 콘텐트로 수익 모델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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