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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수석 귀환···"국회 와보니 예산 먼저 본 놈이 임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엽기 수석’의 귀환.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데뷔 무대’ 격인 첫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특유의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왼쪽)이 지난 16일 오후 정론관에서 특수활동비와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 임현동 기자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왼쪽)이 지난 16일 오후 정론관에서 특수활동비와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 임현동 기자

유 총장은 28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회사무처 업무보고에 나섰다. 사무처의 좌장으로 보고자로 나선 유 총장은 “문희상 국회의장께서 강조하신 협치와 통합, 일 잘하는 실력,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라는 3대 비전 실현 위해 노력하겠다. 의사 진행 등에 최선을 다해서 협치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 총장은 국회 특수활동비와 관련한 질의가 시작되자 특유의 개성을 발휘했다.

▶“국회의 특활비가 거의 ‘절대 악’인 양 호도되고 있다. 부정적 인식에 대해 국회사무처에서 적극 대처해야 한다.”(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
▶“특활비 항목 편성에 잘못된 관행이 있다. 특활비라고 해서 받은 게 뭔지도 모르고, 어디에 쓰는 건지도 양 간사에 100만원 주고 행정실에 100만원 주고, 밥 먹고 나면 한 달에 한 번 아무것도 아니고 그걸 왜 특활비로 편성했는지…”

잘못된 행정 관행을 지적한 유 총장은 특활비를 위한 변론도 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특활비를 뭐 마지막까지 다 없애자고 하는 건, 문 의장과 기자회견 전날 대책회의 때도 ‘국회가 없어져야 한다는 반(反)정치 광풍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왜 국회라고 해서 특활비 본연의 목적이 필요한 소요가 없겠느냐. 본연의 목적은 맞는 정도는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오른쪽부터)가 27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원내대표 회동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오른쪽부터)가 27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원내대표 회동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투명성의 문제다. (특활비 사용)과정이 투명하게 되면 신뢰하는데 투명하지 않으니까 정보공개 요구가 진행된 거다. 총장께서 연륜과 여야 정치권 신뢰, 정무적 역량도 있으시니까 특활비와 외교 문제는 공론 절차 걸쳐서 투명한 운영위 제도를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엽기는 진실의 또 다른 이름”

유 총장은 “자문위원회 만들어서 투명성 확보 문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와 보니까 예산 먼저 본 놈이 임자라고, 어떻게 확보했는지도 모르는 거 줄줄 새는 게 저도 봤다. 그래서 진단 거쳐서 운영위에 보고하도록 하겠다. 방만한 낭비성 예산도 절감하고 투명성 확보해서 국민적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외유 논란 등으로 특활비에 대해선 수세일 수밖에 없는 국회 사무총장이 ‘소신 발언’을 이어가자 국회 안팎에서는 “역시 엽기수석 출신답다”는 말이 나왔다. 노무현 정부의 정무수석(2003년) 때 붙은 별명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청와대에서 수석 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문희상(왼쪽) 비서실장, 문재인(오른쪽) 민정수석, 유인태 정무수석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청와대에서 수석 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문희상(왼쪽) 비서실장, 문재인(오른쪽) 민정수석, 유인태 정무수석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유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발언할 때 조는 모습을 보이거나 맞담배를 피워 화제를 모았다. 또 ‘오프’(비보도)를 전제로 한 발언을 기사로 쓴 기자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래서 ‘엽기’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진정한 자유인’이기에 대통령 앞에서도 할 말을 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해서는 ‘할 말은 한다. 할 일은 한다’ ‘엽기는 진실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기도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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