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학작품이 마구 불어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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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실천문학』겨울호가 특필기획으로 북한의 시·소설 등의 작품을 소개한데 이어 최근 북한의 대표적 혁명소설 『피바다(혈해)』가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등 북한의 문학작품들이 아무런 비평이나 해설도 없이 그대로 들어오고 있다. 이밖에도 「레닌」의 문학론 및 소련과학 아카데미편 『마르크스-레닌주의 미학의 기초이론』등이 그대로 들어와 그동안 우리사회에 금기시 됐던 혁명적 문학론이라 할 수 있는 소위 「당파성 문학」이 출판물을 통해 여과 없이 소개되고 있어 주목된다.
『실천문학』겨울호는 해방공간인 45∼48년 사이 북한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조기천의 강편서사시 『백두산』을 비롯, 백인준·이찬·박세영·김우철·정문향·김조규 등의 시와 이기영의 단편『개벽』, 이북명의 중편 『노동일가』등을 실었다.
「머리시」와 「맺음시」 및 7장으로 구성된 『백두산』은 백두산을 배경으로 한 항일빨치산 이야기를 질박한 북방정서를 곁들이며 다룬 작품으로 군데군데 김일성을 우상화시킨 김일성 우상화의 초기작품.
이 밖에 이 책에 실린 시·소설 등은 45년부터 47년 사이 북한사회에서의 노동자·농민들의 사회주의 건설모습을 그린 혁명을 강조하는 작품들이다.
도서출판 한마당이 『민중의 바다』로 제목만 바꿔 원본 그대로 출간한 장편소설 『피바다(혈해)』는 김일성의 소위 「항일무장투쟁기」를 집단창작을 통해 소설화한 작품으로 북한에서는「사회주의적 문학예술이 본받아야할 불멸의 전형」이라며 소설문학의 최고봉으로 꼽고 있는 작품이다.
이러한 북한의 문학작품 유입과 함께 「마르크스」이론을 혁명투쟁의 실천적 문학론으로 진전시킨 「레닌」의 문학론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최근 들어 간행된 이 같은 문학론만도 『레닌의 문학예술론』(논장), 『레닌의 문학론』(여명) 등을 비롯, 소련 과학 아카데 미편 『마르크스-레닌주의 미학의 기초이론』 (일월서각·논장)등이 있으며 앞으로도 속속 간행될 예정이다.
이같이 공산권 및 서구「마르크스」 진영에서조차 이론적 검증을 거치면서 「통속마르크시즘」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1930년대 소련의 혁명적 문학론이 유입, 소개되고 있는 것은 우리사회에서는 정치적 이유로 한번도 제대로 짚고 넘어가 보지 못한 이러한 문학론을 검증키 위한 자료의 필요성이 있다는 일부 출판인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한 문학작품의 유입과 북한문학이론의 토대인 「레닌」의 혁명적 문학이론 및 민중문학 진영의 민중문학운동이 서로 어울리면서 바야흐로 「당파성문학」이 우리 문학논쟁의 한 중요한 이슈로 등장되게 되었다.
최근의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남호교수(고려대·평론가)는『사회주의 체제를 위한 목적문학은 감동을 줄 수 없으므로 동일한 시행착오가 카프→해방공간→현재의 3라운드에 걸쳐 반복되는 것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카프와 해방 공간 때의 논의가 문학내에서가 아니라 정치적 탄압에 의해 좌절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데올로기·감정 등을 떠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검토작업을 통해 걸러내 다음 세대를 위한 시행착오적 성과로 남겨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문학평론가 김명인씨는 『이 시대 우리의 구체적 상황과 맞물리며 면밀히 검토해 나가야만 이 시대 우리의 문학론이 될 수 있으며 30년대 소련의 혁명문학이나 북한문학의 시대 착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당파성 문학」의 거침없는 유입을 검증을 통해 걸러내는 데는 지금까지의 제한된 관제 연구만으로는 역부족이란 것이다.
이교수 말대로 이제 유입되는 혁명문학에 이론적 검증을 가해야 할 때인데도 그러한 작업이 현 시대적 오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연구자들이 기피하는 것이 문제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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