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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 용선 단일팀, 남북이 함께 부른 아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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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카누 용선 남북 단일팀이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시상식에서 ‘아리랑’을 부르고 있는 선수들. [연합뉴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카누 용선 남북 단일팀이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시상식에서 ‘아리랑’을 부르고 있는 선수들. [연합뉴스]

용 모양 배 위에서 노를 젓는 선수들 사이엔 ‘남’도 ‘북’도 없었다. 펄럭이는 한반도기를 바라보며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은 입을 모아 ‘아리랑’을 불렀다. 카누 용선 대표팀이 국제 종합 스포츠대회 사상 처음으로 단일팀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냈다.

남북 단일팀, 여자 500m 금메달 #국제 종합 스포츠대회 사상 최초 #내달 세계선수권도 단일팀 추진

카누 여자 남북 단일팀은 26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 시티 조정 카누 레가타 코스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누 용선 500m 결선에서 2분 24초 788로 우승했다. 지난 25일 200m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대표팀은 예선에서 전체 1위 기록으로 결선에 올랐다. 경기 내내 선두를 달린 단일팀은 중국을 0.304초 차로 따돌리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KOREA’란 팀명으로 출전한 단일팀의 메달은 별도로 집계된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눈시울을 붉히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시상대 맨 위엔 한반도기가 펄럭였다. 메달 시상식에선 국가 대신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남북 선수들은 하나가 되어 아리랑을 따라불렀다.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 훈련을 할 때도 아리랑을 함께 부르곤 했다.

종합 스포츠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이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했지만 그 때는 단일 종목 대회였다. 종합 대회에선 올해 2월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최초로 구성됐지만 예선에서 탈락했다. 이날 경기는 TV 전파를 타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조직위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협의해 방송 국제 신호를 제작하지 않아 국내 방송사들도 중계를 할 수가 없었다.

용선은 노를 젓는 10명의 패들러와 북을 치는 드러머 1명, 키를 잡는 스틸러 1명 등 12명이 한 팀을 이룬다. 여자 단일팀은 남측 7명, 북측 5명의 선수로 구성됐다. 남측은 변은정(20·구리시청)·최유슬(19·구리시청)·김현희(26·부여군청)·조민지(21·전남도청)·이예린(19·한국체대)·장현정(20·한국체대)·강초희(19·속초시청)가, 북측은 정세영·허수정·차은영·차은경·현재찬이 출전했다. 대표팀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노잡이, 북재비, 키잡이 등 우리말로 용어를 통일했다.

남북 선수들인 ‘한 배’를 탄 건 한 달도 채 되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북측 선수들이 입국해 충주 탄금호 조정경기장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남북 선수들은 하나가 되어 훈련에 집중했다. 북재비인 북측 도명숙은 “남들이 1년 준비할 때 우리는 기껏 20일 동안 함께 훈련했다. 서로 마음과 뜻을 합쳐서 민족의 슬기와 용맹을 남김없이 떨쳤다”고 말했다. 남측 장현정은 “새벽 4시에 일어나서 훈련하고, 또 자다가 일어나서 바로 훈련하는 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루에 10시간 넘는 훈련을 2주간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KOREA’ 팀의 레이스는 이번이 끝이 아니다. 남북은 다음달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국제카누연맹(ICF) 드래곤보트 세계선수권에도 단일팀 출전을 고려하고 있다. 김용빈 대한카누연맹 회장은 “단일팀은 단발성이 아니다. 계속 북측과 교류하고 화합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세계선수권은 미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비자가 필요하다. 미국 비자 발급을 위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누 용선

10명의 패들러(노 젓는 선수)와 키잡이, 고수 등 12명의 선수가 한 팀이 돼 배를 티고 속도 경쟁을 하는 수상 스포츠. 배의 방향은 키잡이가, 속도 조절은 패들러가 하며 고수는 북을 두드려 흥을 돋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2014년 인천 대회 때는 제외됐으나 올해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다시 채택됐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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