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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과일·채소 하루 500g 이상 섭취, 꾸준한 운동 ‘무병장수의 정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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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전문가 칼럼 건국대병원 헬스케어센터 이은 선임영양사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2012년 80.9세에서 2016년 82.4세로 4년 사이 약 1.5세가 늘었다. 하지만 유병 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강수명’은 오히려 줄었다. 2012년 65.7세에서 2016년 64.9세로 오히려 0.8세가 줄어든 것이다. 의료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덜 건강한’ 삶을 살게 됐을까. 바로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같은 만성질환 때문이다. 지난 5월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30세 이상 성인의 14.4%인 약 502만 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고혈압은 30세 이상 인구의 30%에 육박하고,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30세 이상의 40.5%나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영양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런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은 ‘건강하지 못한 식사’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엔 에너지·지방 과잉섭취가 문제다. 특히 19~29세 젊은 층에서는 에너지 섭취 비율의 25% 이상을 지방에서 얻는 ‘지방 과잉섭취’ 비율이 47.2%나 된다. 이들이 나이 들면서 앞으로 직면할 건강 문제의 심각성이 우려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만성질환의 위험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나이 들기’를 실천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세계 질병 부담에 기여하는 식이 요인으로 ‘낮은 채소·과일·견과류 섭취율’과 ‘높은 나트륨 섭취율’, 그리고 오메가3 지방산을 함유한 ‘해산물의 낮은 섭취율’을 꼽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암과 당뇨병 같은 비감염성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식이 요인을 꼽고 건강한 식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결국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과일·채소·해산물·견과류 같은 건강한 식재료를 많이 섭취하고 덜 짜게 먹어야 한다는 단순한 결론이 나온다. 특히 만성질환 예방과 소화 촉진, 노화 방지, 면역 강화 등을 위해 필요한 천연 비타민과 항산화 영양소가 듬뿍 함유된 ‘과일’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종합비타민제 몇 알을 먹고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을 모두 섭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일·채소를 먹으면 단순히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을 넘어 다른 영양소의 흡수와 대사에도 관여해 ‘건강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사실은 뉴질랜드 드러몬드푸드사이언스연구소 린리 드러몬드 박사팀의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밝혀졌다. 연구팀이 체내 비타민C 생성 기능을 없앤 실험용 쥐 두 그룹에게 4주간 각각 합성 비타민C와 같은 양의 비타민C가 들어 있는 키위를 먹였을 때, 합성 비타민C를 먹은 쥐보다 키위를 먹은 쥐들이 심장·신장·간·혈청 등 모든 세포 조직에서 10배 이상의 비타민C 흡수·유지율을 보였다.

키위처럼 비타민C 함량이 높고 다른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어 영양소 밀도가 높은 과일·채소를 하루 500g 이상 섭취하기를 권한다. 동시에 규칙적인 운동으로 평소 신진대사를 높이는 것이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나이 들어서도 건강한 삶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쉽고 간단한 ‘정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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