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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엘리베이터에만 있는 'ㅈ'층"ㄱ'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 기자 저 엘리베이터를 보세요.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지난달 21일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기자에게 뜻밖의 질문을 했다. 북한 평양의 주체탑 전망대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의 층수 표지판을 가리키며 한 말이었다.

엘리베이터에는 'ㅈ''ㄱ'에서 시작해 '7''8'를 끝나는 층수 표지판이 있었다. 아라비아 숫자는 분명 1층, 2층을 가리킬 텐데 'ㅈ''ㄱ'은 무엇일까. 순간 혼란스러웠다. 'ㅈ'은 지하일 것 같은데 'ㄱ'은 무슨 표시? 장난삼아 "아! 그라운드(gound)의 약자 아닐까요." 동승했던 사람들 사이에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웃음 반, 공감 반'이었다. 'ㄱ'은 기단의 약어였다. 주체탑의 '기초층'쯤 될까. 북한의 '주체사상'이 엘리베이터 표시판에도 적용된 것이다.

주체탑은 북한 주체사상을 상징하는 기념물이다. 1982년 건립됐다. 높이는 170m. 대동강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 인민대학습당을 마주보고 있다. 탑 중간 전망대에 올라서면 평양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탑은 모두 2만5550개의 화강석으로 구성됐다. 북한 측 안내원은 김일성 주석이 탄생한 날부터 70살 되던 날까지의 날자 수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또 탑 앞에는 노동자.농민.지식인을 형상화한 33t짜리 거대한 청동상이 자리 잡고 있다.

참고로 북한에서 'ㅈ''ㄱ'가 새겨진 엘리베이터는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했다. 주체탑의 상징성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일지 모르겠다.

평양=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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