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향기] 징·꽹과리의 독특한 소리 '방짜'에 담긴 조상의 지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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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사물(징.꽹과리.장구.북) 가운데 징과 꽹과리는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특수한 청동 기술, 즉 방짜(질 좋은 놋쇠를 녹여 거푸집에 부은 다음, 불에 달구어 가며 두드려서 만든 것)로 만든 제품이다. 방짜는 구리와 주석을 섞어 만든 대표적인 청동 제품으로 불그스레한 금빛을 띤다.

방짜의 합금비율은 구리 78%, 주석 22%인데 현대 공학에서는 주석의 양이 많아질 경우 깨지기 때문에 실용 용기를 만들 경우 주석의 양을 10% 이내로 추천한다. 그런데 방짜는 22%의 주석이 포함되어 있는데도 깨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1200도가 넘는 고온에서의 지속적인 열처리와 함께 망치질로 주석을 잘게 부숴 흐트러뜨렸기 때문에 깨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방짜의 장점은 최근 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는데 작게는 밥을 담아 놓으면 잘 식지 않는다거나, 방짜 그릇에 물과 함께 미나리를 담가 놓으면 거머리가 방짜 그릇에 달라붙어 미나리를 깨끗이 씻을 수 있다는 것 등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방짜로 식기를 만들어 쓴 민족은 한민족밖에 없다. 방짜는 오늘날 종가에서도 가보처럼 다뤄지지만 주기적으로 닦아줘야 황금빛을 내기 때문에 식탁에서 점차 사라져갔다. 방짜가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사물놀이에 쓰이는 징과 꽹과리만은 반드시 방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서양의 종과 같이 주물로 찍어낸 징은 음의 파장이 직선으로 곧게 뻗어나가지만 방짜로 만든 징의 경우 맥놀이 현상이 나타난다. 맥놀이란 두 음파가 서로 간섭을 일으켜 진폭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현상을 말한다. 잘 알려진 에밀레종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이 맥놀이 현상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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