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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레저] 다빈치 코드 현장을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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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다빈치 코드’는 이 강을 건넜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가 ‘망각의 강’을 건넌 예수라는 주장이 나왔다. 본래 예수와 현대의 예수, 그 사이에 큼직한 ‘망각의 강’이 흐른다는 얘기다. 소설이란 허구의 외투를 입고 있음에도 ‘다빈치 코드’는 큰 논쟁을 낳았다.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배우자였고, 자식까지 낳았다는 설정 때문이다. 더구나 18일에는 약 12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다빈치 코드’가 전세계에서 동시 개봉한다. 국내 개신교측은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고 종교를 모독했다”며 영화 개봉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루브르 박물관 유리 피라미드.

그래서 기분이 묘했다. 소설 ‘다빈치 코드’의 배경인 프랑스·영국의 성당과 도시를 일일이 찾아가는 ‘다빈치 투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역사와 신화, 사실과 허구, 신과 인간 사이의 간격을 헤집고 ‘레테의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라도 된 듯 싶었다. 그게 아니어도 소설의 배경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짜릿함, 현장을 통해 허구를 다시 씹는 농밀함은 역시 ‘별미’였다.

<파리·런던> 글·사진=백성호 기자

◆ 파리- 생 쉴피스 성당

▶ 성당 내 로즈라인은 자오선? X

런던 템플교회의 수백년 된 기사 석상. 원래는 관 뚜껑이었다.

소설에서 시온의 쐐기돌 행방을 쫓는 코드로 설정 됐던 파리 생 쉴 피스 성당 내에 있는 로즈 라인.

성배가 묻혔다는 전설이 있는 영국 로슬린 성당 천장. 별장미 등 빼곡한 상징물 조각이 신비롭다.

프랑스 파리의 생 쉴피스 성당을 찾았다. 실라가 성배를 찾다가 수녀를 죽인 곳이다. 성당 측은 '이교도 사원이 있던 터에 성당을 세웠다'는 소설 대목에 무척 화가 나 있었다. 결국 영화 촬영을 거부했고 제작진은 세트를 지어야 했다.

다 빈치 투어 가이드인 소피는 흥미로운 얘기를 꺼냈다. 1891년에 실제 있었던 일이다. "세 명의 마리아가 배를 타고 건너왔다는 프랑스 남부 랑그독 루시옹 지방에 있는 성당에서 신부가 오래된 서류를 발견했어요." 신부는 그걸 들고 파리의 생 쉴피스 성당을 찾았다. 서류를 전한 신부는 막대한 돈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서류의 내용과 소재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관계에 대한 서류란 얘기만 전해질 뿐이다. 프랑스에선 현재 이 서류에 대한 책과 논문이 200편 이상 출판돼 있다.

서류를 가져온 신부의 이름이 바로 '소니에르'였다. 소설에선 소피 느뵈의 할아버지, 즉 루브르 박물관장의 이름이 소니에르로 나온다. 짓는 데 35년이 걸렸다는 생 쉴피스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탄성이 절로 터졌다. 그만큼 아름다웠다. 바닥에는 성당을 가로지르는 구리선인 '로즈 라인'이 있었다. 소설에선 자오선으로 나오지만 사실은 천체 관측에 사용됐을 뿐이라고 한다.

◆ 파리- 루브르 박물관

▶ 화장실에 창문이 있다 ? X

생 쉴피스 성당에서 20분만 걸으면 루브르 박물관이 나온다. 입구에는 거대한 유리 피라미드가 서있다. 소설에선 피라미드가 악마의 숫자인 666개의 유리 조각으로 만들어졌다고 돼 있다.

루브르 박물관 관계자는 "그건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형 유리 603개, 삼각형 유리 70개를 합해 모두 673조각의 유리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소설과 현실, 둘 사이의 소소한 차이를 찾는 게 또 재미였다.

'다 빈치 코드'가 출간되자 루브르 박물관에는 더 많은 관람객이 몰려든다. 동성애자인 다 빈치가 여장한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는 설이 있는 '모나리자'와 '암굴의 성모' 앞에 특히 북적인다. 회랑으로 가는 통로에 랭던과 소피가 탈출을 시도했던 화장실도 나온다. 그러나 소설과 달리 화장실에는 창문이 없다. 건물 가운데 놓인 화장실이라 사방이 벽이다.

◆ 런던 -템플교회

▶ 템플 기사단이 세운 교회 ? O

고속전철 유로스타(www.eurostar.com)를 탔다. 파리 북역에서 2시간40분을 달리자 런던 워털루 역에 도착했다. 법조 타운(Inns of Court) 안에 있는 템플 교회를 찾았다. '런던에 교황이 매장한 한 기사가 누워 있노라'란 암호를 소피와 랭던이 잘못 짚은 곳이다. 1185년에 템플 기사단에 의해 세워진 교회의 앞 부분은 특이했다. 예수가 죽은 자리에 세웠다는 예루살렘의 성 세플카 교회를 본 뜬 원통형이었다. 입구를 장식한 꽃 모양의 조각들도 눈길을 끌었다.

교회 안에는 수백 년 된 중세 기사의 석상이 9개나 누워 있었다. 원래는 관을 덮는 뚜껑이었다고 한다. 석상의 기사들은 갑옷을 입고, 칼까지 들고 있다. 어떤 석상은 치명상을 입고 다리가 뒤틀린 채 누워 있다. 전쟁터에서 사망한 모습을 그대로 본떴다고 한다. 죽음을 '영예'로 여겼던 십자군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 링컨 -링컨성당

▶ 거대 샹들리에 청소비만 1억원 ? O

기차를 타고 런던에서 북쪽으로 1시간30분 정도 달리자 링컨에 도착했다. 영국의 오래된 도시인 링컨은 소설이 아닌 영화의 배경이다. 런던의 웨스터민스터 사원이 종교적인 이유로 영화 촬영을 거부, 제작진은 링컨 대성당에 세트를 꾸민 뒤 4주간 영화를 찍어야 했다.

존 캠벨 사제는 "20~30년 전에는 사람들의 일상 대화에 '예수(JESUS)'가 자주 등장했다. 요즘은 다르다. 아무도 예수를 언급하지 않는다. 그런데 다 빈치 코드로 인해 달라졌다. 사람들은 다시 예수를 입에 올리고 있다. 우리는 무관심보다 훨씬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며 촬영을 허락한 이유를 밝혔다.

링컨 대성당은 어마어마했다.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샹들리에를 청소하는 데만 6만 파운드(약 1억원)라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정도다. 영화 제작진은 "촬영 때문에 샹들리에를 내리자"고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결국 청소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샹들리에를 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 에든버러 -로슬린 성당

▶ 성배가 묻힌 곳 ? △

로슬린 성당은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시내에서 버스로 30분쯤 걸린다. 이 마을은 복제양 돌리로도 유명한 곳이다. 랭던과 소피는 여기서 성배의 진실과 마주한다.

실제 로슬린 성당에는 '성배가 있다'는 전설이 오래전부터 내려오고 있다. '성당을 떠받치는 기둥 안에 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근처에 있다' 등 갖가지 추측만 난무한다. 정작 성당 측은 방사선 촬영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에든버러 문화해설사 노마 앨런은 "첨단 장비로 온도 차이를 측정한 결과 성당의 밑에는 거대한 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게 뭔지는 모른다. 성당 측이 발굴을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446년에 세워진 로슬린 성당은 매우 독창적이다. 벽면과 천장을 가득 채운 조각들은 프리메이슨과 이집트.기독교.이교도 등 다양한 상징들을 안고 있다. 천장에는 별과 장미, 데이지 조각 등이 쫙 흩어져 있다. 실제 성당을 세운 생 클레어 가문은 프랑스에서 건너왔다. 그는 템플 기사단과 관련이 깊었다고 한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소피의 가족이 살던 건물은 실제 없다.

*** 여행정보

■ 취재 협조

프랑스 관광청(kr.franceguide.com)

영국 관광청(www.visitbritain.com/kr)

■ 르시에나(www.cienatour.com)에선 '다 빈치 코드 투어' 상품을 안내한다. 여행문의 02-733-7286

■ 에어프랑스는 대한항공과의 공동운항 편을 포함, 인천~파리 구간을 주 14회(하루 2편) 운항하고 있다. 김치와 컵라면이 제공되며 신기종 보잉 777-300에는 이코노미 클래스를 포함, 전 좌석에 개인 비디오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02-3788-0404.

■ 노보텔 파리 투레펠 호텔 등에선 에펠탑과 센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노보텔 런던은 다 빈치 코드 특별가를 제공하고, 노보텔 에든버러 센터 호텔에선 유명한 쇼핑지역까지 10분 거리다. www.novo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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