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터 ″맹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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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해설
흑1, 3이 이른바 중국식 포석을 겨냥한 것이라면 백4는 중국식을 방해한 착점이다.
백4에도 불구하고 흑이 255의 곳에 두어중국식을 강행하는 것은 백5의 곳 귀붙임이 너무나 이상적이어서 흑이 불만이라는 이론이다.
「중앙으로 한칸 뜀에 악수 없다」는 기훈에 따른 백12는 49의 곳 침입과 14의곳 씌움을 노린 호착, 여기서 조9단은 흑13으로 우하귀에 주력하는 강수를 날렸고 임9단도 백14로 씌워 좌하귀 흑을 공격함으로써 파란만장한 싸움바둑을 예고했다.
흑15, 17에 대한 백16, 18은 최강의 공격. 이에 흑이 때이른 고전지경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싶었으나 조9단은 흑19라는 최선의 응수를 찾아내어 이하 29까지로 멋지게 수습했다.
백30은 임9단 답지 않은 악수. 검토실의 오청원 9단은 『이런 바보같은 수가 어디있나…』라고 탄식했다. 백30은 33의곳에 꽉 잇는 것이 정수였다는 결론이다.
백30의 실착으로 기세가 오른 조9단은 임9단의 백32를 외면한채 흑33으로 하변 위쪽을 끊어 맹공을 퍼부었다. 이는 백30 실착을 엄중히 문책함이기도 했다.
백54까지는 줄타기와 같은 아슬아슬한 난타전. 피차간에 한수만 삐끗하면 천길 나락인 심각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백54때 흑이 96의 곳 급소를 찔러 백 대마를 잡으러 갈 것이 기대되었으나 조9단은 흑55, 57로 타협, 아생연후살타의 길로 나아간다. 그것은 순리였다.
오른쪽 백대마를 살러주는 대신 흑65까지로 알토란같은 백4점(12·30·36·50) 요석을 수중에 넣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백66은 대마를 선수로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고 백68은 시급한 단점보강. 조9단은 흑69로 백진에 뛰어들어 이하 79까지로 흑이 집칸이나 만들려고 했던 좌변을 철저히 깨뜨린다.
백80은 임9단의 두번째 실착. 이 수로는 81의 곳이 옳았다는 결론이다. 「상대방 급소가 나의 급소」-. 조9단은 제비처럼 날렵하게 흑81로 의표를 찌른다. 임9단이 백90까지로 귀살이했지만 이것은 불만이었다.
흑91은 임9단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피호. 그러나 흑93의 빈삼각은 조9단 최초의 큰 실수였다. 이 수를 98의 곳에 찔렀으면 그대로 결정타가 되었을 것이다.
백100까지로 대마가 완성한데다가 154의 곳 단점까지 노출되어서는 흑의 손실이 적지 않았다.
백116은 마지막 패착. 흑117을 허용, 중앙 백대마와 좌하귀의 연결로가 차단된 것이 큰 부담이 되어 패색이 짙어지고 말았다.
이후 임9단이 거센 저항으로 역전을 꾀했지만 조9단의 응수에는 추호도 빈틈이 없었다. 완벽한 마무리로 결승티켓을 따낸 것이다. <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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