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이 순조로우면 끝마무리도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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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만리장성도 돌한덩이로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어떤 일이든 순서에 따라 비롯되어 거듭되다가 끝맺게 마련이다. 시조 3장도 그러한 가락의 일이다.
「시작이 반이다」는 속담은 의미 심장하다. 무슨 일이든 일으키기 시작하면 마무리 단계까지 가고 만다는 뜻이겠고, 마음먹은 일이라면 주저하지 않아야 된다는 뜻이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잘 일으켜 놓아야 잘 진행되다가 끝마무리도 잘된다는 뜻이 전제된 말이리라.
시조의 초장도 그처럼 중요하다. 이번에는 그러한 점을 유의해 보게 된다.
『석양에 서서』-이 시조의 초장은 <접혀진 엽서 하나 노을 빛에 젖어들고>로 되어 있었으나 활자화된 모습으로 고쳐서냈다. 피동적인 상태가 능동적인 상태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설명이 아니라 이미지를 만드는 일로 바꾼다는 뜻에서 그렇게 했다. 한결 명료해졌을 것이다.
『설악산』-이 시조의 초장은 <하늘을 감싼 산봉우리 눈을 깨운 설악동>으로 되었으나 앞 구와 뒷 구를 바꾸면서 음절을 솎아냈다. 의미의 순서와 가락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중장의 경우 <권금성 이어 올라 구름 끝을 잡고 선 대청봉>을 활자화된 모습으로 바꾸었다. 생각되는 바 있을 것이다.
『산까치』-12편이나 되는 단형시조 중에서 이 한편을 골랐다. 많은 편수를 보낸 성의에 비해 막연한 구성들이다. 많이 보내는 것보다 단 한편이라도 정성을 들이도록.
『가을 안뜰』-<낙엽을 깁던 바람> 중에서 <깁던>을 <어르던>으로, <남루하게 떠들고>를 <뒤따르다 나뒹구네>로 고쳐 냈다. 말을 조리 있게 놓아야 하겠다. <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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