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취재일기

의사가 집단행동하면 의료체계 바뀐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이승호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승호 복지팀 기자

이승호 복지팀 기자

“전체 회원 50%가 집단행동에 나서면 한국 의료체계의 개선을 끌어낼 수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지난 17일 제주의사회 회원들을 만나 한 이야기다.

최 회장은 이날부터 전국을 돌며 ‘회원과의 대화 및 결의 대회’를 열고 있다. 그가 말한 한국 의료체계 개선은 ‘문재인 케어 저지’와 ‘의료수가 인상’이다. 최 회장은 이날 “문 대통령이 4년 안에 30조원을 들여 3600개 비급여(비보험) 항목을 급여화(건보 적용)하겠다는 급진적인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재정을 거덜 내 저수가 체계를 고착화할 것”이라며 “문재인 케어 저지와 (의료)수가 정상화를 위해 목숨 바쳐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집단행동 방식으론 “총파업은 물론 ‘국민 1000만 서명운동’ ‘동시다발적인 전국 집회’ 등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비급여 진료의 급여화’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을 대폭 줄이겠다는 뜻이다. 이러면 비급여 항목 수익이 줄 수도 있고 당국의 통제를 더 받게 된다. 의사도 이익과 자율권이 침해된다면 당연히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문 케어라는 전대미문의 정책 앞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비급여의 급여화는 국민에게 이롭다. 부담이 줄고 돈 때문에 망설이던 진료에 접근하기 쉬워진다. 아직은 문 케어에 박수를 보내는 측이 많다. 오히려 “문 케어를 계기로 저수가를 정상화하고 의료기관이 건보 진료만으로 정상 운영하게 된다”는 정부의 설명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본다. ‘의사만 살찌우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다.

이럴 때일수록 논리가 정교해야 한다. 옳은 지적도 있다. 의협이 “2인실 보험 적용보다 위중한 환자 관련 수가를 정상화하거나 보장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한 것은 설득력 있다. 의료 현장 경험을 토대로 왜 문 케어가 문제인지, 환자에게 어떤 점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찾아서 설득해야 한다.

최 회장은 집단행동 카드를 너무 쉽게 꺼내고 너무 쉽게 입에 올린다. 지난 4월 집단 휴진을 방침을 밝혔다가 철회했다. 설사 회원들이 최 회장의 뜻에 따라 절반이 파업에 참여한다고 치자. 그렇게 해서 환자가 진료를 못 받는 상황이 생기고, 혼란이 생긴다고 의료정책이 바뀔까. 오히려 바꿀 수 있는 것마저 못 바꾸게 될 거다. 의사는 이익집단이라기보다 전문가집단이다. 전문가라면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

이승호 복지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