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송환된 미군 유해 감식팀을 이끌고 있는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의 진주현(39·제니 진) 박사가 “미국이 (유해 송환 대가로) 북한에 특별한 거액을 줬다는 보도는 과장됐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 유해를 발굴할 때 보상금을 주는 건 ‘글로벌 스탠더드’이며 미국이 매년 베트남에 발굴하러 갈 때도 보상금을 낸다”는 설명을 덧붙이면서다.
감식 참여 미국 DPAA 진주현 박사 #“거액 받고 송환” 보도는 과장돼 #베트남에 발굴 갈 때도 매년 돈 줘 #뼈 섞여 있어 실제 55구 넘을 수도
한국계 미국인으로 2011년부터 DPAA에서 ‘코리아워팀’(한국전 참전 유해 감식)을 이끌고 있는 진 박사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서울과 판문점, 원산, 하와이를 오가며 진행된 유해 송환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 북한이 준 유해의 상태는.
- "북한이 송환 준비를 철저히 했다. 유해함에 일일이 번호표를 붙이고 발굴 위치 등 정보가 적힌 서류도 줬다. 다만 북측이 기입한 발굴 날짜에 신빙성은 없다. 유해 상태로 봤을 때 땅에서 바로 나온 건 아니고 어딘가에 수습해 뒀다가 건네준 것 같다.”
- 유해는 정확히 55구인가.
- "DNA 검사를 해 봐야 안다. 북한군이 ‘뼈 전문가’라고 소개한 두 사람이 송환 현장에 나와 ‘집단 유해가 발견돼 최대한 개체 분류를 했지만 혼재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실제론 55구가 조금 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 유해가 송환된 건 7월 27일이나 돼서다. 일정이 늦어진 이유는.
- "모른다. 6·12 싱가포르 회담에선 유해를 즉각 송환한다고 합의했는데, ‘즉각’이라는 단어를 서로 다르게 해석한 게 아닐까. 나는 상부 지시를 받고 6월 19일 (하와이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탔는데 한국에 가선 ‘무한 대기’ 상태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해 200구를 언급해 판문점에 유해함을 200여 개 준비하기도 했다. 55구가 송환된다는 건 7월 15일 장성급 회담 때 처음 들었다.”
- 향후 유해 발굴에 대한 논의는.
- "북·미 모두 송환이 끝나면 발굴에 대해 논의하자고 했다. 곧 DPAA와 국무부 주도로 관련 협상이 재개될 것 같다. 국무부가 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유해 발굴 때 돈이 오가는 건 당연하다. DPAA가 매년 베트남에 발굴하러 갈 때도 보상금을 낸다. 남의 나라 땅을 파다 농작물도 훼손하고 사고가 날 수도 있어서다. 일부 언론은 미국이 북한에 특별한 거액을 준 것처럼 보도했지만 보상금을 주는 건 글로벌 스탠더드다. 일각에선 북한을 ‘동물 뼈 주고 돈 받아가는 나쁜 나라’로 묘사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미국에 보낸 유해를 전수조사했어도 동물 뼈는 없었다.”
- 이번에 금전적 논의도 했나.
- "북한이 돈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꺼내지 않았다.”
- 앞으로 일정은.
- "9월 첫째 주까지 DNA 샘플링을 마칠 계획이다. 신원 확인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까지도 걸린다.”
현재 임신 중인 진 박사는 “남편이 배 속 아이를 두고 농담으로 ‘북한에 갔다 온 최초의 미국인 태아’라고 했다”며 역사적인 송환 과정을 회고했다. 특히 원산에 도착했을 땐 “외가, 친가 조부모님 고향이 모두 북한이고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6·25전쟁 때 원산에서 북한군에게 잡혀 고생하셨다고 해서 감회가 남달랐다”고 했다. “처음엔 ‘왜 판문점이 아닌 원산에서 유해를 건네주나’ 했는데, 알고 보니 북한이 원산을 관광특구로 밀고 있더라”고 덧붙였다.
진 박사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후 스탠퍼드대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인류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2010년부터 하와이에 위치한 DPAA에서 유해 감식을 하고 있다. “회담 도중 휴식시간에 북측에서 수박을 내줬어요. 미국 펜타곤에선 회의 때 물 한 잔 주지 않는데 손님에게 음식 대접하는 건 한국과 북한이 비슷하더군요.”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