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발굴 보상금은 글로벌 스탠더드 … 북, 이번엔 돈 얘기 안 꺼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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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의 진주현(제니 진·왼쪽 둘째) 박사가 지난 7월 27일 원산에서 미군 유해 관련 서류를 북측으로부터 넘겨받아 검토하고 있다. [사진 주한미군]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의 진주현(제니 진·왼쪽 둘째) 박사가 지난 7월 27일 원산에서 미군 유해 관련 서류를 북측으로부터 넘겨받아 검토하고 있다. [사진 주한미군]

북한에서 송환된 미군 유해 감식팀을 이끌고 있는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의 진주현(39·제니 진) 박사가 “미국이 (유해 송환 대가로) 북한에 특별한 거액을 줬다는 보도는 과장됐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 유해를 발굴할 때 보상금을 주는 건 ‘글로벌 스탠더드’이며 미국이 매년 베트남에 발굴하러 갈 때도 보상금을 낸다”는 설명을 덧붙이면서다.

감식 참여 미국 DPAA 진주현 박사 #“거액 받고 송환” 보도는 과장돼 #베트남에 발굴 갈 때도 매년 돈 줘 #뼈 섞여 있어 실제 55구 넘을 수도

한국계 미국인으로 2011년부터 DPAA에서  ‘코리아워팀’(한국전 참전 유해 감식)을 이끌고 있는 진 박사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서울과 판문점, 원산, 하와이를 오가며 진행된 유해 송환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북한이 준 유해의 상태는.
"북한이 송환 준비를 철저히 했다. 유해함에 일일이 번호표를 붙이고 발굴 위치 등 정보가 적힌 서류도 줬다. 다만 북측이 기입한 발굴 날짜에 신빙성은 없다. 유해 상태로 봤을 때 땅에서 바로 나온 건 아니고 어딘가에 수습해 뒀다가 건네준 것 같다.”
유해는 정확히 55구인가.
"DNA 검사를 해 봐야 안다. 북한군이 ‘뼈 전문가’라고 소개한 두 사람이 송환 현장에 나와 ‘집단 유해가 발견돼 최대한 개체 분류를 했지만 혼재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실제론 55구가 조금 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유해가 송환된 건 7월 27일이나 돼서다. 일정이 늦어진 이유는.
"모른다. 6·12 싱가포르 회담에선 유해를 즉각 송환한다고 합의했는데, ‘즉각’이라는 단어를 서로 다르게 해석한 게 아닐까. 나는 상부 지시를 받고 6월 19일 (하와이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탔는데 한국에 가선 ‘무한 대기’ 상태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해 200구를 언급해 판문점에 유해함을 200여 개 준비하기도 했다. 55구가 송환된다는 건 7월 15일 장성급 회담 때 처음 들었다.”
향후 유해 발굴에 대한 논의는.
"북·미 모두 송환이 끝나면 발굴에 대해 논의하자고 했다. 곧 DPAA와 국무부 주도로 관련 협상이 재개될 것 같다. 국무부가 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유해 발굴 때 돈이 오가는 건 당연하다. DPAA가 매년 베트남에 발굴하러 갈 때도 보상금을 낸다. 남의 나라 땅을 파다 농작물도 훼손하고 사고가 날 수도 있어서다. 일부 언론은 미국이 북한에 특별한 거액을 준 것처럼 보도했지만 보상금을 주는 건 글로벌 스탠더드다. 일각에선 북한을 ‘동물 뼈 주고 돈 받아가는 나쁜 나라’로 묘사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미국에 보낸 유해를 전수조사했어도 동물 뼈는 없었다.”
이번에 금전적 논의도 했나.
"북한이 돈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꺼내지 않았다.”
앞으로 일정은.
"9월 첫째 주까지 DNA 샘플링을 마칠 계획이다. 신원 확인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까지도 걸린다.”

현재 임신 중인 진 박사는 “남편이 배 속 아이를 두고 농담으로 ‘북한에 갔다 온 최초의 미국인 태아’라고 했다”며 역사적인 송환 과정을 회고했다. 특히 원산에 도착했을 땐 “외가, 친가 조부모님 고향이 모두 북한이고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6·25전쟁 때 원산에서 북한군에게 잡혀 고생하셨다고 해서 감회가 남달랐다”고 했다. “처음엔 ‘왜 판문점이 아닌 원산에서 유해를 건네주나’ 했는데, 알고 보니 북한이 원산을 관광특구로 밀고 있더라”고 덧붙였다.

진 박사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후 스탠퍼드대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인류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2010년부터 하와이에 위치한 DPAA에서 유해 감식을 하고 있다. “회담 도중 휴식시간에 북측에서 수박을 내줬어요. 미국 펜타곤에선 회의 때 물 한 잔 주지 않는데 손님에게 음식 대접하는 건 한국과 북한이 비슷하더군요.”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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