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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100개 도전' 다음으로 미룬 남현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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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 열린 2019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경기. 16강전에서 맞붙은 남현희(왼쪽)와 전희숙이 양보 없는 승부를 펼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18.8.20   [자카르타=연합뉴스]

20일 오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 열린 2019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경기. 16강전에서 맞붙은 남현희(왼쪽)와 전희숙이 양보 없는 승부를 펼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18.8.20 [자카르타=연합뉴스]

자카르타에 오기 전 남현희(37·성남시청)는 메달 100개를 꼭 채우고 싶다고 했다. 은퇴를 고민할 나이가 되면서 느슨해지는 마음을 다잡을 목표가 필요했다. 남현희는 휴대전화에 그동안 출전했던 국제대회와 메달 목록을 저장해뒀다. 이달 초 진천 선수촌에서 만났을 때 남현희는 휴대전화를 보여주면서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2개를 더 채우면 메달이 꼭 100개가 된다"고 말했다. 남현희가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9개 주요 국제대회에서 따낸 메달은 총 98개다. 이번 대회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메달을 추가했다면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남현희는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개인전 16강에서 탈락했다. 운명의 장난처럼 전희숙을 만났고, 8-13으로 졌다. 남현희는 4년 전 인천 대회에서도 4강에서 전희숙을 만나 패해 동메달에 그쳤다. 남현희는 "대진을 생각하면서 예선 경기를 치렀는데, 예상보다 순위가 높아 너무 일찍 (전)희숙이를 만났다.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 둘이 같이 메달을 목에 걸고 장식하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남현희 휴대전화에 저장된 메달 목록. 진천=김원 기자

남현희 휴대전화에 저장된 메달 목록. 진천=김원 기자

1999년 성남여고 2학년 때 처음 국가대표에 뽑혔던 남현희는 20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오랜 선수 생활로 부상을 늘 달고 산다. 지난 4월에는 오른 무릎 반월판 연골이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2014년 무릎을 다쳤는데, 수술을 하지 않고 그동안 재활로 버텨왔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됐다. 35일 만에 복귀해 아시아선수권에서 메달(개인전 동, 단체전 금)까지 땄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던 남현희는 "무릎에 물도 안차고, 붓기도 없다.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골반이 말썽을 부렸다. 상대를 향해 오른 발을 수 만번 내딛은 탓에 생긴 고질적인 직업병이다. 엉덩이뼈가 웃자라 있는데 이번 대회에서 그 통증이 심해졌다. 남현희는 "원래 경기 중에는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는데, 마지막 대회라 그런지 엉덩이 뼈가 너무 아팠다"고 했다.

20일 오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 열린 2019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경기. 16강전에서 맞붙은 남현희(오른쪽)와 전희숙이 경기를 시작하고 있다. 2018.8.20 [자카르타=연합뉴스]

20일 오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 열린 2019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경기. 16강전에서 맞붙은 남현희(오른쪽)와 전희숙이 경기를 시작하고 있다. 2018.8.20 [자카르타=연합뉴스]

남현희의 선수 생활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키가 작아서, 출산을 해서, 나이가 많아서, 부상을 당해서..."라는 편견에 도전했고, 대부분 극복해냈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 전 목표로 했던 '메달 100개'의 꿈은 다음으로 미뤘지만,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23일 여자 플뢰레 단체전이 열린다. 남현희가 2002년 부산 대회부터 4차례의 아시안게임에서 딴 금메달은 모두 6개다.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7개)보다 1개 적고, 수영 박태환(6개)과는 같다.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면 이승훈과 타이를 이루는 동시에 여름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선수가 된다. 남현희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카르타=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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