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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1.05 지속되면 70년 후 보험료 38% 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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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 2041년까지 늘어난 후 빠르게 감소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제일병원 신생아실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제일병원 신생아실 모습. [연합뉴스]

현재 634조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 1778조원까지 불어나고 이후 빠르게 소진돼 2057년 완전히 고갈된다. 2057년 기금이 고갈된 뒤에는 소득의 4분의 1가량을 연금 보험료로 내게 된다.

재정 추계 결과 어떻게 나왔나

17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4차 국민연금 재정재계산 ‘장기재정전망 결과’가 공개됐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 4차 재정재계산 최종안을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 발표했다. 국민연금은 5년 마다 향후 70년 뒤까지 재정을 추계하는 재정재계산 작업을 한다. 제도 지속을 위해 재정 상태를 진단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다. 올해가 4차 재정재계산이다.

보험료 수입·수익률은 줄고, 연금 지급은 늘어

합계출산율 전망. [자료 :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합계출산율 전망. [자료 :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4차 재계산 결과 2013년 3차 때보다 고갈 시점이 3년 앞당겨졌다. 이번 재계산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저출산·고령화·저성장’이다. 세 가지 모두 재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이 가운데 기금 고갈 시점을 당기는데 가장 크게 작용한 변수는 낮은 경제성장률이다. 실질임금상승률·실질금리·물가상승률·기금투자수익률 모두 3차 때에 비해 낮게 전망됐다. 임금상승률 하락은 보험료 수입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냈고, 낮은 금리는 기금운용수익률을 떨어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5월 대구 달서구 신당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2016년 어르신 학당'에서 참석한 어르신들이 이선미 웃음 치료사 부터 강의를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1]

지난 2016년 5월 대구 달서구 신당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2016년 어르신 학당'에서 참석한 어르신들이 이선미 웃음 치료사 부터 강의를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1]

재정추계위는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자료를 재정계산에 반영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장래인구추계 요소(출산율·기대수명·국제이동률 등)가 모두 중위(중간수준 전망)일 경우 합계출산율은 2020년까지 1.24 수준에 머무르다 2040~2088년까지엔 1.38을 유지한다. 장래인구추계 요소 중 출산율 부분만 저위(최저 수준 전망)라고 가정할 경우(초저출산 상황), 합계출산율은 2030년에 1.07까지 떨어진 뒤 2040년 이후 2088년까지 1.12 수준으로 오르는데 그친다. 반면 기대수명은 2088년에 남성이 90.8세, 여성이 93.4세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

2068년 제도부양비 124.1%까지 높아져

제도부양비 전망.[자료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제도부양비 전망.[자료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기금 고갈 이후 보험료 부담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 수는 올해 2182만명에서 내년 2187만명으로 정점을 찍는다. 이후 근로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가입자도 줄어든다. 2088년에는 1019만명으로 현재의 절반 수준이 된다. 반면 노령 연금 수급자 수는 올해 367만명에서 2063년 1558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줄어든다. 제도부양비(가입자 수 대비 노령연금 수급자 수)는 올해 16.8%에서 2068년에는 124.1%까지 올라간다.

제도부양비 전망.[자료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제도부양비 전망.[자료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2057년 국민연금 기금이 모두 고갈된 뒤의 비용률(기금 없이 매년 보험료 수입 만으로 연금을 운영할 경우 필요한 보험료율)은 중위 전망일 경우 24.6%를 내야 한다. 전체 소득의 약 4분의 1가량을 보험료로 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현재 보험료율은 9%다. 초저출산 상황으로 가정하면 2057년 26%,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출산율 1.05가 지속될 경우엔 26.4%까지 올라간다. 출산율 악화의 영향을 2060년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2088년 비용률이 중위 출산율일 경우 28.8%이지만 초저출산 때는 34.9%로 올라가고, 105명 지속 때는 37.7%로 올라간다.

기금고갈 시점은 영향 적어

비용률 전망. 장래인구추계 요소 중 합계출산율 부분만 저위(최저 수준 전망)라고 가정할 경우(저출산)와, 합계출산율이 1.05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 다. [자료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비용률 전망. 장래인구추계 요소 중 합계출산율 부분만 저위(최저 수준 전망)라고 가정할 경우(저출산)와, 합계출산율이 1.05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 다. [자료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다만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심화되어도 기금 고갈 시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가 중위 전망일 경우와 저출산 상황일 경우, 합계출산율이 1.05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 모두 기금 소진 시점은 2057년이었다. 박성민 재정추계위 간사는 “(출산율 전망 적용을 받는) 2017년 이후 출생자들이 기금에 영향을 본격적으로 미치는 건 이들이 30대 이상이 되는 본격적으로 연금을 내는 2040~50년”이라며 “이로 인해 2057년인 소진시점을 앞으로 당기거나 늘리는 데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박성민 간사는 "인구고령화가 진전, 저출산·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민연금 비용률과 제도부양비 등이 5년 전 예측보다 모두 높아졌다"며 "미래세대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므로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스더·이승호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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