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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에 앞서 국민과 야당부터 납득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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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여·야·정 상설 협의체를 만들기로 합의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어제 열린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에 참석했던 야당 원대대표들이 청와대의 협치 의사를 느꼈다니 더욱 그렇다. 현 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전 대통령 탄핵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밀어붙이기 식으로 내달리는 것을 불안하게 지켜보던 국민들의 우려가 다소 덜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여야정 상설협의체, 협치의 첫걸음으로 #민생 경제 법안 8월 국회에서 처리하라

탈원전, 최저임금, 주당 52시간 근로 등 현 정부가 국민적 합의 없이 급격하게 추진한 정책들은 영국 원전 수주 차질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타격과 집단행동이라는 후유증으로 나타났다. 특히 갑작스러운 남북 화해 모드로 가려졌던 문제들이 북한의 더딘 비핵화 움직임 속에서 하나둘 드러나면서 당초 현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여론이 점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취임 초 80%를 넘던 문 대통령 지지율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기대했던 여야 협치 내각까지 이르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그나마 여·야·정 상설 협의체를 분기마다 개최하고 필요할 때 추가로 열 수 있다면 지금 같은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은 다소 제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여야 협의체가 과거처럼 그저 의례적인 만남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정부가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청와대가 야당을 만나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등 견해 차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한다면 내각에 야당 인사가 한두 명 참여하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극복하고 민생과 경제를 위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은행특별법 같은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 법안, 상가임대차보호법 같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법안, 저소득층과 국민 안전을 위한 법안 등 민생 법안은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야당과의 소통은 북핵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요청했지만 그에 앞서 비핵화라는 목표를 위해 북한과 어느 정도 대화가 되고 있는지 야당에 진정성 있게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게 중요하다.

또한 선거제도 개혁도 이참에 적극 논의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합의되고 입법이 이뤄지면 적극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이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 각 정당들의 정치적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논의가 되면 민주적 개선은 물 건너가고 권력 나눠먹기와 기득권 유지만 확대될 게 뻔하다. 정당이 아닌 국가의 미래와 국민 주권, 지방 분권 확대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이 될 수 있도록 중립적인 위원회에 맡겨야 한다. 그 위원회가 초당적인 선거제도를 제시하도록 국회가 길을 열어주고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