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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전 이어 한수원마저 부실 … ‘탈원전 이념’ 고집할 텐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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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예상은 했지만 충격적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그제 발표한 경영 실적이 그렇다. 올해 상반기에만 5500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원전 가동률이 뚝 떨어진 탓이다. 80% 안팎이던 원전 가동률은 올 상반기에 60%까지 곤두박질쳤다. 당연히 한수원은 매출이 줄었고 큰 폭의 적자를 봤다.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수원은 매년 상반기에 보통 수천억원, 많게는 1조원이 넘는 흑자를 냈다. 경영실적을 전자공시한 2002년 이후 단 한 번도 적자였던 적이 없다. 그랬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모회사인 한국전력은 더 심각하다. 상반기 손실이 1조500억원에 이르렀다. 전기를 싸게 생산하는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자 연료비가 비싼 가스발전소를 돌려 부족한 전기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탈원전의 부작용이다. 앞으로도 적자를 면할 길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탈원전을 고집하는 한, 유일한 방도는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뿐이다. 하지만 정부는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한전과 한수원이 적자의 늪에 빠지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 한 해 수조원에 이르는 낡은 설비 교체를 제때 하지 못해 안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적자가 쌓이고 쌓이면 국민이 낸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심지어 국민연금도 타격을 입는다.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한전은 최근 1년 새 주가가 4만5000원에서 3만500원으로 32%나 미끄럼을 탔다. 그 와중에 한전 지분 6.4%를 가진 국민연금도 6000억원을 까먹었다.

전기요금 안정을 비롯해 해결책은 뻔히 보인다. 탈원전의 전면 재검토다. 그러지 않고서는 한전 등의 운영 정상화는 물론 싸고 안정적으로 국민에게 전기를 공급한다는 정부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 더 늦기 전에 교조주의적 ‘탈원전 정책’을 궤도 수정해야 할 것이다. 경제는 이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