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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대상 아닌 BMW 또 불 … “정부가 실험해 규명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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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5일 오전 전북 임실군 오궁리 도로를 달리던 BMW 차량에서 또 화재가 발생했다. 이 차량은 2012년식 BMW X1 차량으로, 최근 발생한 화재로 인한 리콜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운전자는 ’차량이 덜컹거려 정차했는데 보닛을 열자 연기가 새어나오며 화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전북 임실군 오궁리 도로를 달리던 BMW 차량에서 또 화재가 발생했다. 이 차량은 2012년식 BMW X1 차량으로, 최근 발생한 화재로 인한 리콜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운전자는 ’차량이 덜컹거려 정차했는데 보닛을 열자 연기가 새어나오며 화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BMW 디젤 차량 화재사고와 관련해 정부가 사상 초유의 운행정지 명령을 발동했지만 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화재사고 피해자들은 BMW코리아가 주장하는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 외에 다른 화재 원인이 있는지 정부가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피해자 “EGR 외 다른 원인 밝혀야” #미국선 냉난방 배선 결함 발견 #차주, 운행정지 명령에 불만 폭발 #“교통 방해도 안 했는데 왜 처벌”

지난달 30일 첫 집단소송을 낸 화재사고 피해자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는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신속한 화재 원인 규명을 촉구할 예정이다.

하 변호사는 1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BMW 리콜(recall·결함 보상) 대상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 명령이 내려졌지만 화재 원인 규명 로드맵은 전혀 제시되지 않은 상태”라며 “정부는 차주들에게만 피해를 전가할 것이 아니라 원인 규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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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변호사와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에서 ▶EGR 결함 외의 화재 원인 규명 ▶시뮬레이션을 통한 화재 실험 ▶화재 원인 규명 로드맵 제시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하 변호사는 “지난 11일 인천 자동차학원 앞에서 발생한 120d 차량 화재의 경우 시동을 건 채 에어컨을 켜고 정차 중이던 차량에서 불이 났으며 발화 지점도 EGR 부품이 아닌 글로브박스(조수석 전면 수납공간)라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주행 중인 차량에서만 불이 난다는 BMW코리아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재사고 피해자들은 실제 EGR 모듈에서 화재가 발생하는지 주행시험장에서 내구주행 시험(스트레스 테스트)을 실시하고, 인천 화재와 같은 조건에서 에어컨을 작동한 채 정차 중인 차량의 화재 발생 가능성 시험(시뮬레이션 테스트)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발화 지점이 다른 화재사고가 보고된 점으로 미뤄 배선 결함 등 다른 화재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BMW는 미국에서 배선 결함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발견돼 141만 대의 차량을 리콜했다. 지난 5월 영국에서도 히터의 배선 장치에 대한 화재 위험이 보고돼 3시리즈 30만 대에 대한 리콜이 진행됐다.

이날 정부서울청사 지상주차장에 안전진단을 완료했거나 리콜 대상이 아닌 BMW 자동차 전용 주차구역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이날 정부서울청사 지상주차장에 안전진단을 완료했거나 리콜 대상이 아닌 BMW 자동차 전용 주차구역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운행정지 발동 후에도 혼란은 계속=리콜 대상 BMW 차량 가운데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 명령이 발동됐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관리법 벌칙조항인 제81조 22호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 등의 점검·정비·검사 명령을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당 법조항의 입법 취지가 불법 개조 등을 막기 위한 것으로 운행정지 명령에 응하지 않은 것을 처벌하기 위한 게 아니란 반론이 나온다. 국토부가 운행정지 명령을 어기고 주행 중 화재가 발생하면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차량 소유주들은 “교통 방해 등 위험을 초래한 것도 아니고 화재 위험이 감지돼 갓길에 세운 걸 처벌할 것이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행정안전부가 정부서울청사 등 전국 10개 정부청사에 대해 BMW 차량의 출입을 제한하는 과정에서도 혼란이 컸다. 행안부는 당초 BMW 전 차종에 대한 출입을 제한한다고 했다가 논란이 되자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리콜 대상 차량’으로 말을 바꿨다. 15일부터 해당 차량은 ▶청사 주차장 ▶인화성 물질이 있는 주차구역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 건물 주차장 등을 이용할 수 없다.

이날 전북 임실군 신덕면 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BMW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1에서 불이 나 차량 전체가 전소됐다. 이 차량은 2012년 4월에 생산돼 리콜 대상(2012년 6월~2014년 2월 생산 차종)이 아니었다. 이로써 올해 들어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은 40대로 늘었다.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의 화재는 11대째다.

이동현·문희철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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