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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MVP '골든볼' 주인공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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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 본선에서 뛰어보는 것이 소원이다. 그곳에서 최우수선수가 된다는 것은 우승만큼이나 가슴 벅찬 일이다. 독일 월드컵은 누구를 월드 스타로 탄생시킬 것인가. 월드컵 MVP는 '골든볼'로 불린다. 골든볼은 반드시 우승팀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준우승팀인 독일의 골키퍼 올리버 칸이,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도 역시 준우승팀인 브라질의 호나우두가 이 상을 받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이 1차 심사를 통해 10명을 뽑고 기자들 투표로 골든볼, 실버볼, 브론즈볼 수상자를 가린다.

호나우디뉴 (브라질)

호나우디뉴(FC 바르셀로나)의 별명은 '외계인'이다. 수비수는 물론 관중까지 어지럽게 하는 현란한 드리블과 노 룩(no look) 패스, 자로 잰 듯한 슈팅을 보면 왜 호나우디뉴를 외계인으로 부르는지 감이 잡힌다. 호나우두.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지네딘 지단(프랑스) 등이 뛰는 '지구 방위대' 레알 마드리드를 제치고 소속팀을 스페인 리그 정상으로 이끄는 것을 보면 외계인이 맞다. '마라도나의 후예'라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신성 리오넬 메시는 "우리는 호나우디뉴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잉글랜드의 축구 천재 웨인 루니는 "현재 세계 최고의 선수는 단연 호나우디뉴다"고 격찬한다. 호나우디뉴는 2004.2005년 2년 연속 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월드컵도 '호나우디뉴의 월드컵'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호나우두와 이름이 같아 호나우디뉴(작은 호나우두)로 불리는 그로서는 감격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는 "나의 월드컵이 아니라 브라질의 월드컵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미하엘 발라크 (독일)

홈팀 독일이 일을 낸다면 골든볼은 단연 미하엘 발라크(바이에르 레버쿠젠)의 차지가 될 것이다. 그는 전차군단 독일의 주장이자 리더이며 골게터다. 발라크 없는 독일은 상상할 수 없다. 발라크는 다재다능하다. 1m89㎝, 80kg의 건장한 체격에 넓은 시야와 돌파력.슈팅력.헤딩력.패스능력 등을 두루 갖췄다. A매치 63경기에 출장해 30골을 기록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이지만 공격수인 미로슬라프 클로제(52경기 21골), 케빈 쿠라니(35경기 14골), 루카스 포돌스키(22경기 10골) 등과 비교해도 득점력이 뛰어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축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수비력이 좋고 장신을 이용한 제공권, 전술 소화능력도 탁월하다. 강한 체력과 양발 사용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황제' 베켄바워의 후계자라는 의미로 '작은 황제'라는 별명이 있다. 발라크는 2002년 월드컵에서 '녹슨 전차' 라는 비아냥을 받던 독일을 끌고 결승까지 진격했다. 한국과의 준결승(한국 0-1 패)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한국 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스티븐 제라드(잉글랜드)

잉글랜드는 위기다.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가 부상으로 월드컵 참가가 불투명하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이 위기를 넘을 수 있다면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덕분일 것이다. 제라드는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뛰어나다. 시야가 넓고 중거리슛과 돌파.크로스가 정확하다. 패스 길을 잘 알며 압박과 커버 플레이도 뛰어나다. 빠르고 거친 영국축구의 진수를 제라드에게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제라드를 위대하게 한 것은 그의 강력한 투쟁심이다. 지난해 5월 챔피언스리그 AC밀란과의 결승에서 0-3으로 지다가 후반 3-3으로 비긴 후 결국 승부차기에서 우승하는 기적을 일궜다. 리버풀 빈민가에서 거칠게 자란 그는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의 헤딩골로 대역전극이 시작됐다. 그래서 브라질의 페레이라 감독은 "가장 소중한 자원은 잉글랜드 대표팀의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제라드를 브라질로 데려오고 싶은 선수 1순위로 꼽았다.

2002년 월드컵에서는 개막 직전에 다쳐 뛰지 못했다. "고문을 받는 것 같았다. 질투와 실망, 특히 브라질과의 8강전에서 고전할 때는 경기장에 뛰어들고 싶었다"고 그는 기억했다.

많은 사람이 제라드가 있었다면 8강전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가정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안다.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주는 길뿐이다.

후안 리켈메(아르헨티나)

브라질에 호나우디뉴가 있다면 아르헨티나에는 리켈메(비야 레알)가 있다. 다시 죽음의 조에 들어간 아르헨티나가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20년 만의 우승을 외치는 것도 플레이메이커 리켈메의 존재 때문이다.

리켈메는 스피드는 좀 처지지만 공을 발에 붙이고 다니는 듯한 유려한 드리블과 패스, 가공할 슛을 갖춰 호나우디뉴와 비견된다. 두 선수의 유사한 점은 교범에 없는 플레이를 창조한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 호세 페케르만 감독은 "리켈메가 안타깝다. 브라질 같은 좋은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면 미켈메의 이름값은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켈메의 아르헨티나가 브라질에 꼭 뒤지는 것은 아니다. 리켈메는 2005년 6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남미 예선에서 벼락같은 왼발슛으로 골을 터뜨리며 3-1 승리를 이끌어 아르헨티나에 맨 먼저 독일행 티켓을 안긴 주인공이다.

이제 아르헨티나는 리켈메의 팀이다. 리켈메는 19세 신예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31세 노장 에르난 크레스포(첼시), 카를로스 테베스(코린티안스)를 모두 지휘할 것이다. 1997년 세계청소년 축구대회 아르헨티나 우승 주역인 리켈메는 이번 월드컵에서 줄리메컵과 골든볼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티에리 앙리(프랑스)

다른 골든볼 후보와 달리 앙리(아스널)는 스트라이커다. 골든슈(최다득점)와 골든볼을 동시에 딸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선수다.

어릴 때 육상선수를 했던 그는 축구화를 신고 뛰는 선수 중에서 가장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의 프란츠 베켄바워는 앙리의 스피드에 반해 "독일은 저런 선수를 갖기엔 광년(光年)이나 떨어져 있다"고 탄식했다. 그를 막는 수비수들이 "앙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활동무대도 넓다. 윙포워드 출신으로 때론 미드필드까지, 때론 사이드라인까지 내려가 수비를 교란한다. 플레이메이커 기질도 있다. 앙리는 아스널에서 득점만큼 많은 어시스트를 하기도 했다. 공간과 포지션의 한계를 넘어 전통적 스트라이커의 틀을 깨고 있는 선수다.

골 결정력도 타고났다. 패스를 받은 후 첫 번째 터치가 부드러우며 완벽하게 골로 마무리한다. 항상 웃고 다니지만 가장 위험한 킬러다.

앙리는 아스널에서 역대 팀 최다 득점을 올렸고 세 차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그러나 프랑스 대표팀에서는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못 미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직접 들어올리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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