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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SF 속 진짜 과학 30화. '앤트맨'과 원자 구조

중앙일보

입력

'앤트맨'은 몸을 축소하거나 확대하는 등 자유롭게 몸의 크기를 바꿀 수 있다. 영화 속 개미만큼 작아진 앤트맨의 모습.

'앤트맨'은 몸을 축소하거나 확대하는 등 자유롭게 몸의 크기를 바꿀 수 있다. 영화 속 개미만큼 작아진 앤트맨의 모습.

원하는 대로 커졌다 작아졌다 할 수 있다면

어떤 집에 잠입한 스콧 랭은 그곳의 금고에서 이상한 옷을 발견합니다. 호기심에 옷을 입고 버튼을 누르자 갑자기 개미만큼 작아지게 되죠. 슈퍼히어로 앤트맨이 된 것입니다. 특별한 장치로 개미들을 마음대로 조종하며 작은 몸으로 어디든 잠입할 수 있는 슈퍼히어로. 몸은 작아졌지만, 힘은 절대로 약해지지 않은 앤트맨의 능력으로 스콧 랭은 몸을 작게 만들어주는 핌 입자를 악용하려는 악당에 맞서 세상을 구하고자 합니다. 과연 앤트맨은 악당을 물리칠 수 있을까요?

영화 ‘앤트맨’은 몸을 축소하거나 반대로 확대할 수 있는 슈퍼히어로 이야기입니다. 행크 핌이라는 과학자가 만든 핌 입자를 활용하여 크기와 중량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앤트맨 슈트를 입고 악당에 맞서 싸우죠. 앤트맨은 작아져서 적진에 잠입하고, 커져서 적과 싸우고, 게다가 개미까지 조종해 개미를 타고 하늘을 날거나 땅속을 달리곤 합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역시 자유롭게 크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죠. 개미만큼, 아니 때로는 그보다 더 작게 변할 수 있고 수십m 크기의 거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매력적인 기술이 아닐 수 없죠.

이처럼 앤트맨이 크기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원자의 구조 때문인데요. 우리 주변의 모든 물질, 심지어 우리조차 하나의 단단한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사실 작게 살펴보면 무수하게 많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고 원자와 원자는 서로 떨어져 있습니다. 원자는 원자핵과 주변을 도는 전자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마치 지구를 비롯한 행성이 태양을 돌고 있는 태양계 모습과 비슷하죠. 지구와 태양 사이가 텅 비어 있듯이, 원자핵과 전자 사이도 비어 있습니다. 원자의 크기에 비해 원자핵은 한없이 작으며, 그 주변은 원자핵보다도 훨씬 작은 전자를 빼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인데요. 솜으로 만든 공을 쌓아둔 것처럼 그 내부에는 공간이 많습니다.

만약 원자와 원자 사이 간격, 더 정확히는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간격을 줄일 수 있다면, 솜으로 만든 공을 힘주어 뭉치면 작아지듯 물체는 작게 줄어들겠죠. 반대로 원자 사이 간격을 늘리면 물체는 커지게 될 것입니다. 핌 입자는 바로 그런 역할을 합니다. 원자핵과 전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조절하여 그 간격을 늘리거나 반대로 줄여주면서 원자 크기를, 원자와 원자 사이의 거리를 조절하는 것이죠. 원자가 텅 비어 있다면 왜 우리는 의자에 앉거나 바닥에 서 있을 수 있을까요. 벽을 통과하지 않고 부딪치게 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원자를 구성하는 원자핵과 전자가 서로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원자들 역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원자핵은 + 전기를 띈 양성자와 중성자 같은 입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자는 – 전기를 띈 입자입니다. 때문에, 원자핵과 전자는 태양과 지구가 서로를 중력으로 끌어당기듯이 강하게 연결되어 쉽게 떨어지지 않죠. 만약 둘 사이의 연결 관계가 망가진다면 원자는 그 모양을 유지하지 못하고 물체도 정상적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가 평범하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죠.

앤트맨의 기술은 현대 과학으로는 실현할 수 없습니다. 전자는 에너지에 의해 파동을 갖고 움직이는데, 이를 조절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 만약 조절하게 된다고 해도 자칫하면 원자 상태가 바뀌어 이상하게 변할지도 모릅니다. ‘앤트맨’ 속의 악당이 바로 핌 입자의 영향으로 성격이 변해버렸다고 하죠. 또 한 가지 문제는 원자 사이 거리를 조절하여 크기를 바꿀 수 있다고 해도 그 무게는 바뀌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크기는 개미만 하지만, 몸무게는 수십kg. 아무리 개미가 힘이 세도, 태울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반대로 키는 20m가 넘지만 역시 몸무게는 수십kg. 이번에는 스티로폼보다도 밀도가 낮아서 산들바람에도 하늘 높아 날아가 버립니다.

하지만 만약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말로 개미처럼 가볍고 작게 변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걸리버 여행기’의 이야기가 현실이 됩니다. 사람들은 작은 인형집에서 살 수 있게 되고, 먹을 것도 부족하지 않게 될 거예요. 쌀 한 톨로도 몇 끼는 먹고도 남을 테니까요. 소방차가 지나갈 때 불법 주정차 차량을 작게 만들어 치워두고, 불이 난 건물도 작게 만들어 작은 소화기 하나만으로, 아니 그냥 그릇을 덮어서 산소 공급을 차단하는 것만으로 꺼버릴 수 있을 거예요. 그야말로 놀라운 일들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죠.

앤트맨의 기술은 단지 슈퍼히어로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비록 현대 과학으로 불가능하지만, 언젠가 가능하게 된다면 그것은 우리 삶을 모두 바꾸기에 충분한 마법과 같은 기술이죠. 그 멋진 이야기가 언젠가 펼쳐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전홍식 SF & 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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