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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가족이란 무엇일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96호 30면

영화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56) 감독은 가족 이야기에 능하다. 한 핏줄이라는 이유로, 늘 완벽하게 이어져 있을 것만 같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감독은 “가족이 어떠해야 한다고 규정짓지 않는다”면서 뉴스에서 이야기의 모티브를 종종 얻는다.

미담보다 문제적 이슈가 많다. 사건·사고로 반짝 다뤄지다 금세 잊혀지는 가족의 이야기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네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 ‘아무도 모른다’(2005)의 경우 1988년 도쿄에서 일어난 ‘스가모 어린이 방치 사건’을 소재로 한다.

‘어느 가족’의 경우도 이야기를 구성하기 전, 연금 사기 사건 기사를 접했다고 한다. 감독은 “노인이 사망했는데 사망 통지를 내지 않고, 지급되는 연금을 사용하다 발각되어 전국적으로 논란이 됐던 이슈가 있었다”며 “그 이야기에 덧붙여 혈연 이외의 요소를 가지고 가족을 구성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만비키 가족(万引き家族)’이 탄생한다. 영화의 원제이기도 하다. 물건을 훔치는, 즉 좀도둑 가족을 일컫는다.

이들을 언뜻 보면 평범하다. 할머니 하츠에(키키 키린)와 아빠 오사무(릴리 프랭키), 엄마 노부요(안도 사쿠라), 이모 아키(마츠오카 마유), 아들 쇼타(죠 카이리) 등 한 집에서 함께 사는 다섯 식구다. 그런데 이들의 일상은 비정상적이다. 아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아빠와 함께 생활용품과 먹거리를 훔친다. 만비키 가족에게 학교는 “집에서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며, 좌판에 있는 물건은 “아직 주인이 없는 물건”이다. 할머니의 연금에 기대사는 이들은 친부모에게 학대받는 동네 여자아이 유리(사사키 미유)를 데려와 키운다. 사회적 잣대로 보자면 이들의 모든 행동이 범죄일 법 하지만, 이 가족들은 천진난만하다. 그 어떤 잣대도 그어놓지 않았다고나 할까.

이들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부모와 자식은 서로 선택할 수 없다지만, 이들은 선택해서 가족을 이룬다. 그 이유가 정이든, 유대감이든, 나약함이든, 돈이든 간에 그저 얽혀 산다.

그 얽힌 삶을 보고 있자면, 사회적 통념을 걷어낸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밑바닥을 훑는 듯하다. 어딘가에서 진짜 이 가족이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상상이 더해져 있지만,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성이 있다. 노부요는 온 몸이 상처투성인 막내 유리를 돌보며 “낳는다고 다 엄마가 되느냐”라던지 “사랑하면 때리지 않아”라고 외치며 가족 공동체의 폭력성을 되려 꾸짖기도 한다.

감독은 “처음에는 작게 그리고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키워가자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든다”고 밝혔다. 촬영 현장의 분위기도 그대로 담아내기로 유명한데, 실제로 전체 대본을 미리 주지 않고, 현장에서 그날 그날 대본을 건넨다. 아역 배우에게는 아예 대본을 안 준다. 대사와 감정까지 연습해온다는 우려에서다. 그 극한의 자연스러움 덕에 영화 ‘아무도 모른다’에서 장남 아키라로 출연한 야기라 유야는 제57회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14살의 나이였고, 지금도 깨지지 않는 최연소 기록이다.

‘어느 가족’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영화에서 그려낸 남다른 가족상과 수상 소식과 더불어, 일본 내 우익들의 ‘반일 영화’ 규정 논란까지 더해져 화제가 됐다. 부도덕한 가족을 그려내 일본의 치부를 드러냈다는 이유에서다. 아베 총리가 수상 당시 고레에다 감독에게 축전을 보내지 않은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펼쳐지기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지난달 30일 국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 국회에서 영화가 정쟁의 소재가 된다는 것이 편하지 않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생각해온 것을 모두 담았다”는 감독의 말에 힘입어 블록버스터가 대세인 여름 극장가에서 조용히 흥행몰이중이다. 개봉 13일 차인 7일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된 다양성 영화 중 가장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티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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