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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백 재테크 성공법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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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6호 29면

삼복더위에 옷장 정리를 했다. 그런데 막상 하다 보니 옷보다 애물단지인 게 바로 럭셔리 브랜드의 핸드백이었다. 당시엔 당장 안 사면 안 될 것 같은 절체절명의 이유가 분명 있었을 터인데(할인 폭이 커서, 해외에만 있는 모델이라, 딱 내 스타일이라 등등) 웬걸, 결국 들은 횟수를 손에 꼽을 만큼 금세 애정이 식었고, 옷장 속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이 됐다. 하여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렸고 이내 새 주인을 찾아갔다. 가격은 산 가격에 10분의 1도 받지 못했다.

물론 억울할 일은 아니다. 헐값엔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디자이너가 바뀌었고, 브랜드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고, 누가 봐도 요즘 감성과 맞지 않는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유행 지난 핸드백의 쓸쓸한 말년이었다.

그래서일까. 최근 디올이 새롭게 내놓은 핸드백에 눈길이 간다. 주인공은 새들 백(사진). 가방 모양 때문에 말에 얹는 ‘안장(saddle)’이란 단어에서 유래한 새들 백은 당시 디올의 디자이너였던 존 갈리아노가 처음 선보였고, 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가 드라마 ‘섹스 앤더 시티’ 시즌 3에서 걸치고 나오면서 전 세계적인 잇백으로 등극했다. 그런데 19년이 흘러 다시 당당히 ‘뉴 백’으로 등장한 것이다. 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2018 가을·겨울 컬렉션을 통해 화려한 무늬와 현대적 감각을  더한 디자인으로 새들 백을 부활시켰다. 옛날 분위기를 간직하는 복고풍을 넘어서 아예 옛날 모습 그대로 되살리는 ‘복각’ 트렌드를 따른 것이다.

이를 가장 환영하는 건 국내외 패션 피플들이다. 앞다퉈 옷장 속에서 잠자고 있던 과거 핸드백을 다시 꺼내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선 과거 새들 백을 뽐내는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얼리 디자이너 박혜라씨도 그 중 하나다. “신상이라는데 20년 전 산 가죽 새들백과 모양이 똑같더라고요. 게다가 자연스럽게 손때가 묻어선지 빈티지백 특유의 멋이 더 있고.” 그는 과거 사둔 다른 핸드백들을 처분하지 말고 고이 모셔두어야겠다는 말을 보탰다.

지금까지 핸드백으로 돈 버는 법이라 하면 늘 ‘샤테크’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샤넬처럼 유행에 상관없이 매년 나오는 클래식 모델을 사두면 매년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나중에 되팔아도 이득이 된다는 뜻이다. 굳이 미래의 중고 거래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이를 근거로 삼아 핸드백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복각 핸드백을 마주하다 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보다 실리 있는 핸드백 재테크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제대로 간직한 물건을 고르는 것 아닐까. 새들 백처럼 십수 년이 흘러서도 어느 날 부활해 다시 내 손에, 내 어깨에 당당히 걸치고 다닐 수 있는 디자인 말이다. 물론 이를 위해 필요한 건 세련된 안목, 그리고 이를 소중히 간직하는 인내심일 터다. 주식도 핸드백도 가치 투자가 빛을 발한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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