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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석탄 반입, 수입업자의 일탈? 관세청 발표, 의혹 못 지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관세청에서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관세청에서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국내 밀반입된 것으로 10일 공식 확인됐다. 관세청은 수입업체 3곳이 저지른 불법 행위로 결론 내렸지만, 대북 제재 관련 핵심 당사국인 한국에서 ‘구멍’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청의 10일 발표에도 여전히 남는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북한산 석탄임을 정말 인지하지 못했는지 여부다. 이에 대한 관세청의 입장은 ‘당시에는 북한산임을 알아차릴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다.

[자료 관세청]

[자료 관세청]

실제 이번 사건의 1차적인 책임은 원산지를 속여 들여온 수입업체 3곳에 있다. 이들은 북한산 석탄을 위장 반입하는 과정에서 물물교환, 원산지증명 위조, 제3국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대금 회수 등 다양한 ‘꼼수’를 동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적발된 피의자 중 1명은 사기 등으로 집행유예 기간이며, 다른 1명은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나머지 1명은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전력이 있다. 관세청은 “북한산 석탄이 수입 금지된 이후 가격이 싸지자 매매 차익을 노리고 이런 행위를 저질렀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석탄 공급선에 대한 기본 정보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금수품인 북한산 제품의 밀거래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원산지증명서는 러시아연방 상공회의소에서 발급하고 있는데, 해당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진위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러시아 상공회의소는 홈페이지에서 식별번호와 발급일을 입력하면 증명서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이 지난해 이미 “북한이 러시아ㆍ중국을 거쳐 원산지 조작으로 석탄과 광물을 내다 팔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정부는 원산지 조작 여부조차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셈이다.

두 번째는 관세청이 관련 선박들의 북한산 석탄 운송ㆍ반입 의혹을 인지한 지 10개월 가까이 지나도록 공식적인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은 점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대북제재를 의도적으로 어겼다’는 식의 음모론이 퍼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초반에는 구두상 첩보 수준이었고 추후 사진 자료까지 제공됐지만, 의심 수준의 정보였다”며 “성분 분석 결과 북한에서 주로 생산하는 무연탄이 아님이 확인됐고, 선원 인터뷰 등을 통해서도 북한과의 연계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관련자들이 진술을 부인하고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수사를 방해해 조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관세청의 해명이다.

하지만 정치권 등에서는 정부의 대북제재 이행 의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 사회가 강도 높은 대북제재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를 깨고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됐다는 것이다.

비슷한 일을 겪은 다른 나라는 신속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대만 검찰은 지난 7월 북한에 유류 제품을 판매한 혐의로 첸시센이라는 기업인을 기소했다. 불법 선적 정황을 포착한 대만 정부는 곧바로 그의 금융계좌를 동결하고 회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일본도 지난 6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이 “조총련 산하 기업의 대북 금융거래가 의심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자 바로 조총련 기업들과 거래를 맺고 있는 일본 내 모든 금융사를 상대로 대북 송금 조사에 착수했다.

관세청은 향후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 협력을 통해 우범선박에 대한 선별을 강화하는 한편, 필요하면 관계기관 합동 검색 및 출항 시까지 집중 감시를 하겠다”며 “반입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수입 검사를 강화하고 혐의점이 발견될 경우 즉시 수사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스카이엔젤호·리치글로리호·진롱호·샤이닝리치호 등 4척의 선박을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세종=손해용·서유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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