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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이 그놈인데 무슨···" 北주민, 당간부 면전서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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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 시내의 농민시장, 일명 장마당.

함흥 시내의 농민시장, 일명 장마당.

북한 주민들이 공개된 장소에서도 당의 방침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9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당중앙의 정책에 도전하는 어떤 언행도 정치범으로 몰려 엄중한 처벌을 받던 과거에 비해 요즘 북한의 민심은 충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2~3년 전만 해도 당의 방침에 토를 달거나 반대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면서 “당의 방침과 관련해 발언을 삼가던 주민들이 이제는 공공장소에서도 주저 없이 당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함경북도 현지지도 이후 지시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도당 간부들이 현장조사에 나섰다”며 “간부들이 주민들과 직접 만나 의견을 들으려다 망신만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조사에 나선 중앙당의 한 간부가 장마당 장사꾼에게 ‘주민들 생활에서 우선 풀어야 할 문제는 무엇이냐’고 물었다가 ‘그 물이 그 물이고 그 놈이그 놈인데 뭐가 달라지겠는가’라는 답만 들었다”며 “대놓고 당간부를 비판하는 장사꾼의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공감하면서 같은 말을 해대는 바람에 그 간부는 황급히 자리를 떠야 했다”고 주장했다.

소식통은“과거에는 당간부에 대한 비난은 곧 당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돼 누구도 함부로 당간부에 대들지 못했다”며 “중앙당 차원의 배급이 완전히 끊긴 현실에서 주민들도 이제는 무서울 것이 없다고 여겨 노골적으로 당을 비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최근 청진 포항구역 주민회의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관련해 당 간부가 열변을 토했지만 주민 여러 명이 지금껏 당의 지시대로 모두 수행했는데 달라진 게 뭐 있느냐며 따져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서둘러 회의를 마쳐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지금도 주민들이 당 중앙(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선대 수령들을 대놓고 비판하지는 못한다”면서 “그러나 수령을 제외한 당 고위 간부들에 대한 비판은 과거보다 그 강도나 횟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소식통은 강조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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