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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의 레저터치] 제주도의 5분의 1이 국립공원이 된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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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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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태수도는 전남 순천이다. ‘생태수도’는 순천시가 스스로 내건 슬로건이지만, 10년 넘게 순천시가 들인 공을 생각하면 마땅한 호칭이다. 팔도가 관광 명목으로 개발에 목을 맬 때 순천시는 악착같이 순천만을 지켰다. 주민을 내보냈고 전봇대를 뽑았다. 대신 갈대를 살렸고 흑두루미를 불렀다.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 까닭도, 날로 확장하는 도시로부터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박람회가 열린 순천만 정원은 순천 도심과 습지를 가르는 장벽 역할을 한다. 생태수도로 불리려면 순천시 급의 노력은 감수해야 한다.

생태수도 이야기를 꺼낸 것은 제주국립공원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보시라. 한라산국립공원이 아니다. 제주국립공원이다. 현재 섬 면적의 8.3%를 차지하는 국립공원을 20%까지 확대하자는 혁신적인 방안이다.

제주국립공원 지정 사업은 이미 진도가 꽤 나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016년부터 추진했고, 현재 제주도청에 TF가 꾸려져 있다. 강명균 제주국립공원 추진팀장은 “내년 말까지 지정을 위한 절차를 마치고 2020년부터 제주국립공원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제주국립공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이기도 하다.

제주도가 구상 중인 제주국립공원 예정지역은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뉜다. 우선 한라산국립공원 주변의 산악지대다. 한라산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산록도로 안쪽과 남조로·평화로 안쪽 지역을 아우른다. 다음으로 오름·곶자왈 등 제주 특유의 생태자원이 산재한 중산간 일부다. 바다도 있다. 서귀포 앞바다, 추자도 바다 등 해양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바다 대부분이 들어간다. 물론 이들 예정지역은 제주도청의 목표일 따름이다. 아직 땅 주인이나 지역 주민과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제주도는 세계에서 하나뿐인 유네스코 3관왕이다. 그러나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용머리해안은 세계지질공원 핵심지질명소로서 지오트레일 구간이다. 무슨 뜻인지 아시는가. 그럼, 거문오름은 세계자연유산에 속하는데 훨씬 더 유명한 산방산은 속하지 못한 이유를 아시는가. 곶자왈이 열대식물과 한대식물이 뒤섞여 사는 세계 유일의 현장이라는 사실은 어떠한가. 제주도 방문객 대부분이 유네스코 3관왕의 정확한 뜻도 모른 채 돌아다닌다.

국립공원은 생태자원을 난개발로부터 막아내는 거의 마지막 법적 수단이다. 시방 제주도에는 국립공원이라고 금이라도 긋지 않으면 마구잡이 개발을 차단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일부의 반발이 빤한데도 제주도가 국립공원을 넓히려는 까닭이다.

제주도의 생태자원은 순천만 습지보다 방대하다. 유네스코를 비롯한 국제기구가 인정하는 가치도 제주도가 윗길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생태수도는 순천시다. 아직은 제주도가 순천시만큼 헌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하기 어렵다. 10년 전만 해도 제주도는 중국 자본에 중산간을 부지런히 팔아넘겼다. 황금알이 탐나면 닭부터 살려야 한다. 제주국립공원을 응원한다.

손민호 레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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