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소 뉴욕증시 회장 물러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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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1968년 주급 82달러를 받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말단 직원에서 출발해 95년 최고위직에 오른 리처드 그라소(사진) NYSE 회장은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러나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의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캘퍼스) 등 주요 연기금이 고액 연봉으로 물의를 빚은 그라소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루 전인 15일에는 리처드 니덤 전 NSYE 회장이 그라소의 퇴진은 물론 NYSE 이사회 전체를 물갈이하라고 주장했다.

그라소의 고액 연봉이 따가운 눈총을 넘어 사임 압력까지 불러온 이유는 뭘까. 우선 '챙겨도 너무 많이 챙겼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라소가 회장으로 취임한 95년의 연봉은 1백26만달러(약 14억원)였다. 연봉은 2002년까지 1백40만달러로 고정됐다. 그러나 보너스를 합한 총급여는 취임 첫해 2백16만달러에서 2000년엔 2천2백만달러로 무려 10배로 늘었다.

2001년엔 총급여가 2천5백55만달러로 치솟았다가 지난해 1천2백만달러로 좀 깎였다. 최근 그라소는 35년간 재직한 데 따른 퇴직연금과 저축.성과급 등을 합해 1억4천만달러를 중간정산해 인출했다. NYSE가 지난해 기록한 순익은 2천8백10만달러선이었다.

그라소는 몸값을 충분히 했다고 주장한다. 그라소는 1990년대 말 NYSE에 기술주를 대거 편입시키고 기업식 경영을 도입하는 등 NYSE의 부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NYSE가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회원사로 이루어진 특별법인이라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그라소 스캔들은 NYSE의 지배구조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아예 주식회사 형태로 만들면 회계관행 등 경영이 좀 더 투명해지고 기업 지배구조도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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