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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공무원 행복이 주민 행복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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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은경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은경 내셔널부 기자

최은경 내셔널부 기자

“각종 주말 행사로 직원들이 주말 동안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지 못했다. 가능하면 평일에 행사를 열도록 검토하겠다.” 이동권 울산 북구청장이 공직 분야에서 일과 삶의 균형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며 주말 행사를 최소화하겠다고 6일 밝혔다. 북구는 주말로 예정된 구청 주최 행사를 평일로 바꿀 수 있는지 따져보고 변경할 예정이다. 주 52시간 근무를 적용하지 않는 공직사회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실험’이다.

이런 실험은 울산 북구만이 아니다. 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은 지난달 23일 “공무원이 행복해야 구민과 지역사회가 함께 행복해진다”며 주말 행사를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도 최근 “구청장 행사 때문에 공무원이 주말 근무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경북도는 9월 ‘출산 여성 재택근무제’를 도입한다. 출산휴가 이후 9개월 동안 아이를 돌보며 집에서 근무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행정안정부 등에서 지침이 나오기 전 지자체가 민간 부문과 발맞춰 가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공무원들은 단체장의 워라밸 실험을 반기는 모습이다. 울산 북구청의 한 직원은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공무원이 예외여서는 안 된다”며 “주말에 일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고 했다.

하지만 공무원 사회 밖에서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그간 공무원의 근무 행태를 볼 때 ‘편하고 좋은 것만 찾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이 상당하다. 울산 북구에 사는 정모(35)씨는 “근무기록을 조작해 야근 수당을 받는 사람들(공무원)인데 어떻게 해서든 주말 수당도 챙겨 받지 않겠느냐”며 “공무원들의 그간 행동을 볼 때 솔직히 좋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시민감시팀장은 “주민이 참여해야 하는 행사라면 주말에 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지 않겠느냐”며 “주민과 협의를 통해 주민·공무원이 함께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훈 교수는 ‘노동 강도’와 ‘업무 효율성’을 이야기했다. 이 교수는 “일반인의 비판적인 시각에는 공무원의 노동 강도가 약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워라밸 실험이 성공하려면 지역마다 경쟁하듯 여는 행사가 너무 많지 않은지, 불필요한 행사가 없는지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 그래야 정말 필요한 행사에 인력과 시간을 집중할 수 있다. 또 공직사회의 워라밸 실험에 왜 ‘철밥통’ 꼬리표가 따라오는지도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최은경 내셔널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