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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정의당 언급하는 정동영…진보 지지율 노리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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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에 대한 추모 열풍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정의롭지 않다는 반증이다.”

6일 민주평화당 대표로서의 첫 공식 일정으로 부산 한진중공업을 선택한 정동영 신임 대표의 발언이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정동영 의원이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정동영 의원이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대표는 이날 “구조적 불평등, 부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겠다”고 말했다. 또 “비정규직의 한탄, 청년 실업자의 애로사항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첫번째 회의의 캐치프레이즈도 “민주평화당이 다시 희망버스를 탑니다”를 내걸었다.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이 2010년 생산직 근로자 수백여명을 희망 퇴직시킨 것에 반발한 노조원들을 응원하기 위해 그 이듬해에 운영된 버스를 말한다. 2011년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던 정 대표는 노회찬 원내대표와 함께 부산 희망버스에 동참했다가 경찰이 뿌린 최루액에 맞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제가 정의당보다 정의롭게 가야겠다”고도 했다.

정 대표가 당선 직후 정의당과 관련된 언급을 이어가는 것을 두고 ‘진보 경쟁’의 포석을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선거 기간에 ‘진보성’을 강조해 왔지만, 정의당과의 진보 경쟁까지 예상한 당내 인사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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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정 대표의 행보가 역대 최고 수준인 정의당 지지율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노회찬 전 원내대표가 떠난 정의당은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지지율 상승세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주간정례조사에서 정의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4%포인트 오른 15%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11%에 그친 한국당보다 높은 2위였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로 선출된 정동영 의원이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로 선출된 정동영 의원이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보다 더 정의롭게"에 당내 긴장감

진보 진영에 대한 민심의 수요가 높은 것을 고려해 정 대표가 평화당의 좌클릭을 이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평화당의 지지율은 1%대로 조사됐다.

집권 2년차를 맞은 정부ㆍ여당이 최근 경제·노동 개혁 이슈에서 주춤하면서 ‘민주당의 왼쪽 공간’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현장 진보정치를 기치로 출발한 ‘정동영호’가 순항할 지는 미지수다. 당 대표 선거에서의 노선 경쟁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등을 한 유성엽 의원 등은 ‘탈이념 중도 정당’을 내걸고 정 대표와 혈투를 벌였다.

정 대표가 전날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정의당보다 더 정의롭게 가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당장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이 “(방향 노선을 두고) 당내 문제가 좀 부각될 것”이라고 반응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나와 “우리 당 의원들 성향이 지금까지 중도개혁을 표방했기에 정의당보다 더 정의롭게 한다는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 지, 또 정 대표께서 어떠한 방향으로 당을 이끌고 갈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주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국립현충원 참배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당 내부에선 여러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원한 평화당의 한 관계자는 “정 대표가 현충원을 찾을 경우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 여부도 논쟁거리가 될 수 있었다”며 “당내 중도ㆍ보수 성향의 당원들과 정 대표의 의견이 충돌할 수 있는 조심스런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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