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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바이오주...사람들은 왜 '일확천금'에 끌리는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일 중앙일보와 만난 네이처셀 라정찬 회장 (박태인 기자)

12일 중앙일보와 만난 네이처셀 라정찬 회장 (박태인 기자)

지난 3일 네이처셀 라정찬 회장의 구속기소 소식이 알려진 12시부터 네이처셀의 주가 그래프는 절벽을 그렸다. 전일 종가 7030원이었던 네이처셀의 주가는 약 30%가 하락해 4940원까지 떨어졌다.

3일 네이처셀의 주식은 전날 종가 대비 29.73%가 빠진 4940원에 장을 마감했다.

3일 네이처셀의 주식은 전날 종가 대비 29.73%가 빠진 4940원에 장을 마감했다.

네이처셀 투자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은 ‘상장폐지만은 안 된다’ ‘손절(주식을 처분하고 손을 떼는 것)할 시간이 충분했었는데 팔 걸 그랬다’라는 등 패닉에 빠졌다. 그 와중에도 ‘미국 FDA 승인이 나면 반등하는 것 아니냐’며 희망을 갖는 투자자도 있었다. 이날 네이처셀 측은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결국은 진실이 승리합니다" 

네이처셀 홈페이지 ‘공지사항’란에는 그간 ‘조인트스템’ 및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관련한 홍보자료 및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회사 측에서 내놓은 반박 자료 게시글이 89개 올라와 있다. 그런데 3월 21일 ‘세계 최초 상용화 맞습니다’라는 글의 마무리에 쓴 “아무리 어둠으로 빛을 가리울지라도 결국은 진실이 승리합니다” 등, 상장사가 공식 입장으로 낸 것으로 보기엔 모호한 문구가 많다. 3월 14일에 쓴 글도 “우리는 절대 교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합니다. 항상 감사하면서 경천애인을 실천합시다. 진정 전 세계에서 난치병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생명의 별이 됩시다”로 끝을 맺는다.

"언제까지 흙수저로 살아가려고 하십니까?" 

4일 신일골드코인 돈스코이호국제거래소 홈페이지에 새로 올라온 공지글. 홈페이지 캡쳐

4일 신일골드코인 돈스코이호국제거래소 홈페이지에 새로 올라온 공지글. 홈페이지 캡쳐

비슷한 경우가 최근 또 있었다. 보물선 인양을 걸고 의심스런 가상화폐를 발행하겠다고 홍보한 의혹을 받고 있는 ‘신일그룹 돈스코이 국제거래소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도 “인류는 꿈과 희망, 살아가는 이유조차도 잃어버린지 오래입니다. 신일골드코인은 ‘사랑‘입니다” 등의 거창한 수식어를 사용했다. 4일 올라온 ‘싱가포르 신일그룹 한국내 업무를 담당할 대리인과 법인, 변호인 선임’ 게시글에서는 “언제까지 흙수저로 살아가려고 하십니까? 한번 금수저가 되고 자녀들한테도 금수저의 집안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등의 문구도 보였다.

"너무 큰 희망이 눈 가려" 

경제범죄 수사에 정통한 한 검찰 관계자는 “위험주에 투자하는 개미 투자자들은 너무 큰 희망에 부풀어, 기업 가치와 상관없이 과장된 표현이나 기업이 조금 허술해 보이는 지점도 잘 눈치채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주식투자에서 10-20%의 안정적인 수익이 아니라 10배, 20배를 기본적으로 기대하고, ‘주식으로 삶을 바꿔보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리스크가 높은 종목만 찾아서 투자한다는 것이다. 특히 “바이오 스타트업의 경우는 처음에 가능성 있는 아이템도 초기 10-20% 성공만으로 홍보를 엄청나게 해서 돈을 번 다음 손을 털어버리는 곳이 많다”며 “그래서 저런 희망적인 문구로 기대를 부풀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회심리학자 마리아 코니코바는 저서 『뒤통수의 심리학』에서 사람을 홀리는 단계를 8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목표물 선정-분위기 조성-낚아채기 설득-특별함 환기-굳히기-균열일으키기-가속도붙이기-마무리 순이다. 이 순서도에 따르면, 앞선 두 회사의 게시물에는 ‘특별함 환기’와 ‘굳히기’로 의심되는 문장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나는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에 호소하면서 특별함을 환기하고, 진행중인 사업이 실제로 잘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면서 이익을 경험하도록 해 ‘굳히기’에 들어가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믿음’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해 ‘희망’을 파는 이런 문장들에 끌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단지 그 상황에 처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라는 얘기다.

"상대적 박탈감을 노려 현혹"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앞선 사례들에 대해 “보통 사람이 본다면 ‘회사의 업무로는 부적절하다’ 할 문구들이고, 대중심리를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보인다”며 “눈꼽만큼의 자본으로 일확천금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것처럼, 가슴을 울리는 문구를 쓴다”고 분석했다. 특히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 와닿고, 상대적 박탈감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더 현혹되기 쉽다”며 “그런 점을 잘 아는 사람의 수법이 아닌지 잘 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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