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원화 절상 대책 "비상"|연말가면 1불에 670원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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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원화의 대미 달러 환율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11월 들어서자마자 1달러 7백원 선이 무너지고 6백원대로 접어들자 그 동안 여러 차례 내부 환율을 조정해온 국내 대기업들은 연말 환율이 1달러 당 6백70원까지 밀릴 것으로 보고 대외 수출입 계약의 체결 등 사업 계획을 짜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이처럼 환율을 낮춰 잡고 있는 것은 올림픽 이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았던 내수경기나 수출 쪽 경기가 예상을 뒤엎고 지속적인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다가 물가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나라 최대의 수출국인 미국의 경기가 여전히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경우 당초 올 연말의 환율을 7백원선으로 보았으나 2∼3차례의 중도 수정을 거쳐 6백70원으로 고쳐 잡았다.
현대그룹은 올 연초 연말 환율을 7백20원으로 예상했다가 1·4분기 중 6백80원대로, 2· 4분기 중 다시 이를 수정해 6백70원대로 낮춰 잡았다.
이에 따라 현대는 주력 수출 상품인 자동차의 수출 단가를 차종별로 5∼6%씩 인상, 환율 절상에 따른 차손을 메우고 있다.
럭키 금성 그룹도 처음에는 7백원 선에서 그치지 않겠느냐고 보았던 대 미 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자 하반기 들어 이미 연말 환율을 6백70원으로 고쳐 잡고 상담을 하고 있다.
럭키금성은 원화 절상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산권 진출을 강화하고▲구상 무역을 늘리는 한편 ▲제3국에 현지 공장을 건설해 우회 수출을 하는 등 사업의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대우 그룹도 7백원으로 예상했던 환율을 지난 4월 6백75∼6백80원으로 내려 잡았다.
대우는 이에 따라 수출 쪽에서는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을 위해 연구 개발비 (R&D) 투자를 대폭 늘리는 한편, 수입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는 최근 급속한 원화 절상으로 갈수록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는 것에 대비, 자동화 시설에 투자를 늘리는 한편 제품 고급화로 수출 단가를 절상폭 만큼 올릴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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